12연기(十二緣起)

고통(苦痛)의 발생과 소멸의 수레바퀴

by 장유철


석가모니는 그가 최초로 깨달은 연기(緣起)의 원리를 우리 인간의 구체적인 삶에 적용하여, 생로병사(四苦)라는 숙명적 고통의 소멸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12연기(十二緣起)라는 불교의 기본교리입니다. 부연하면, 12연기는 중생들이 어떠한 원인으로 끝없는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를 진단하고, 나아가 그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한 석가모니의 가르침이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12연기는 구체적으로 무명(無明: 무지)·행(行)·식(識)·명색(名色)·육입(六入)·촉(觸)·수(受)·애(愛)·취(取)·유(有)·생(生)·노사(老死)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이 12가지 인과적 단계는 마치 연결고리로 순차적으로 이어진 수레바퀴와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오만가지의 고통은 이러한 12연기의 수레바퀴가 계속 굴러감에 따라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우리가 이 수레바퀴에서 이탈하기 전까지는 고통스러운 삶이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한편, 12연기를 이용한 고통의 소멸방법에는 순관(順觀)과 역관(逆觀)이라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고통이 어떻게 발생되고 전개되는지를 순서대로 관찰하는 순관(順觀), 즉, 유전연기(流轉緣起: 고통의 발생)의 방법이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엉킨 실타래의 시작점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순관은 고통의 시작이 진리를 알지 못하는 무명(무지)한 상태에서 비롯되며, 그 무명(무지) 때문에 욕심이나 분노와 같은 생각과 행동이 일어나 급기야 늙고 병들어 죽는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고통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관(逆觀)은 고통을 소멸시키기 위해 그 과정을 거꾸로 되짚어가는 환멸연기(還滅緣起: 고통의 소멸)의 방법입니다. 마치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끝부터 조심스럽게 풀어 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역관을 통해 고통을 소멸하려면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역관은 늙고 병들어 죽는 고통을 없애려면 다시 태어나지 않아야 하고, 다시 태어나지 않으려면 업을 소멸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고통의 뿌리인 진리에 대한 무명(무지)을 없애야 한다는 실천적 해법이라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12연기는 우리가 겪는 고통의 실체가 외부의 환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알지 못하는 무명(무지)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밝힌 석가모니의 가르침입니다. 다시 말하면, 석가모니는 인간의 숙명적인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그 뿌리인 무명(무지)을 걷어내야 함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결국 자신의 내면에 도사린 무명(무지)을 자각하고 이를 소멸시킴으로써, 오만가지의 고통에서 벗어나 삶의 진정한 평화를 찾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12연기(十二緣起) 1
12연기(十二緣起)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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