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은 공(空)이요, 나는 무아(無我)로다.
석가모니는 29세에 인간의 숙명적인 고통을 해결하고자 카필라왕국의 왕자의 지위를 버리고 출가하였습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수행자들로부터 사마타 명상법을 배우는 것을 비롯하여 6년간의 혹독한 고행을 하였으나, 이러한 고행이 깨달음을 줄 수 없음을 알고 이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쾌락과 고행이 아닌 중도(中道)를 택하여,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49일간 위빠사나 명상법으로 수행을 하셨습니다. 그 결과, 석가모니는 그의 최초의 깨달음이자 불교의 근본교리인 연기(緣起)의 진리를 얻고, 마침내 35세에 붓다(부처)가 되었습니다.
석가모니가 처음으로 깨달은 연기란 그 글자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연(緣)하여 기(起)한다, 즉 삼라만상은 서로 연결되어 일어난다.”라는 의미로써, 불교의 모든 교리의 근본원리라 하겠습니다. 상윳따 니까야(雜阿含經)에는 연기란 “이것이 있음으로써 저것이 있으며, 이것이 생겨남으로써 저것이 생겨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으며, 이것이 소멸하면 저것이 소멸한다.”라는 말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부연하면, 연기는 모든 존재나 현상은 홀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들과 서로 얽히고설켜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컨대, 사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즉, 어제 먹은 음식이 오늘 새로운 세포가 되고,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과 기억도 순간순간 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원인과 조건이 변화함으로써, 엄밀히 보면 어제의 나(我)는 오늘의 나가 아닙니다. 이러한 변화의 실체를 살펴보면, 나라는 것은 오온[五蘊: 색(色: 사물)․수(受: 느낌)․상(想: 생각)․행(行: 행위)․식(識: 앎)]의 일시적 결합에 불과하며, 고정된 실체가 없는 무아(無我)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세상의 모든 존재나 현상은 연기하므로 홀로 독립적인 존재가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삼라만상의 본질은 공(空)이라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이러한 공(空)의 개념은 반야심경에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즉, 삼라만상은 고정된 실체가 없기 때문에 공이며, 또한 삼라만상이 공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물로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한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물은 고정된 실체가 없기 때문에 온도라는 조건에 따라 액체, 고체, 기체라는 현상으로 나타날 수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석가모니가 최초로 깨달은 연기(緣起)는 모든 존재나 현상은 홀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원인(因)과 조건(緣)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발생하므로 삼라만상은 구체적인 실체가 없는 공(空)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연기(緣起)는 바로 불교의 근본교리로서, 모든 불교 교리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