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번뇌의 정의
108번뇌(百八煩惱)는 중아함경(中阿含經)에 기록된 석가모니가 설한 집착으로 인한 고통의 발생과 소멸에 관한 연기법을 바탕으로 집착과 고통의 연결고리인 번뇌를 후세의 논사들에 의해 이론적으로 체계화하고, 또한 대지도론(大智度論)과 같은 경론을 통해 집대성한 불교의 근본교리입니다. 즉, 108번뇌는 인간의 인식 메커니즘을 정밀한 논리로 구조화한 결과물로서, 오늘날 108배와 108염주가 지닌 수행의 본질을 명확히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번뇌는 인간이 세상을 인지하며 일으키는 집착으로부터 기인하며, 마음을 어지럽고 혼란스럽게 하여 결국 고통을 야기하는 동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2. 번뇌를 야기하는 4가지 요인
이러한 번뇌는 이를 야기하는 다음과 같은 4가지 핵심 요인들이 있습니다.
첫째, 대상을 받아들이는 6가지 감각기관인 육근(六根)[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입니다. 이들은 외부세계와 접촉하여 번뇌가 시작되는 최초의 인식통로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둘째, 대상과의 접촉에서 일어나는 3가지 감정상태인 삼수(三受)[낙수(樂受)·고수(苦受)·사수(捨受)]입니다. 이들은 수용된 자극에 대해 즐거움, 괴로움, 혹은 덤덤한 상태로 반응하며 번뇌가 증폭되는 정서적 바탕을 형성합니다.
셋째, 번뇌가 지닌 오염의 성질에 따른 2분류인 이류(二類)[호(好)·악(惡)]입니다. 이들은 좋아하는 것은 취하고, 싫어하는 것은 버리는 선택적 성향으로서 번뇌의 양상을 규정합니다.
넷째, 이러한 인식작용이 전개되는 시간적 3범위인 삼세(三世)[과거(過去)·현재(現在)·미래(未來)]입니다. 이들은 번뇌가 어느 한 시점에 머물지 않고, 전 생애에 걸쳐 지속되고 반복되게 하는 시간적 토대가 됩니다.
3. 번뇌의 경우의 수는 108개
108번뇌라는 것은 앞서 언급한 번뇌를 야기하는 4가지 요인이 결합하여 발생하는 모든 경우의 수가 108개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4가지 요인들은 통계학적으로 독립적 사건(independent event)입니다. 즉, 각 요인들은 특정 요인의 발생여부가 다른 요인의 발생확률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 확률변수(random variable)입니다. 그러므로 번뇌를 야기하는 4가지 요인들은 어느 하나가 발생하는 찰나에 다른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결합하여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육근(六根)에 따른 인식이 삼수(三受), 이류(二類), 그리고 삼세(三世)와 교차적으로 맞물리는 과정은 이 4가지 요인들이 지닌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는 곱(product)의 형태를 띠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번뇌를 야기하는 4가지 요인들이 결합하여 발생하는 경우의 수는 108(6X3X2X3)개가 됩니다.
4. 번뇌의 소멸로 해탈과 열반
본고에서 번뇌란 집착에 기인하여 고통을 야기하는 동인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번뇌를 소멸시켜 고통을 제거함으로써, 불교의 수행목적인 해탈과 열반에 이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해탈과 열반에 이르기 위해서, 번뇌를 소멸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은 바로 108배와 사성제-팔정도라 하겠습니다. 즉, 108배는 번뇌를 소멸시키는 실천적 방법이며, 사성제-팔정도는 번뇌의 뿌리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불교의 핵심적 근본교리입니다.
결론적으로, 고해에서 살고 있는 인간은 108번뇌를 소멸시킴으로써, 고통을 제거하여 해탈을 구현하고, 나아가서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 열반에 도달할 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주) 108번뇌의 또 다른 2가지 산출사례
[사례 1] 당(唐)나라 형계담연(荊溪湛然, 711~782)의 지관보행전홍결(止觀輔行傳弘決)에는 108번뇌의 산출에 관한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습니다.
"一百八者, 六根各有苦樂捨三受, 合成十八. 又各有好惡平三種, 合成十八. 共成三十六. 復具有過去現在 未來, 合成一百八也."
이를 번역하면, “108번뇌라는 것은 육근(六根)에 고(苦)·낙(樂)·사(捨)의 삼수(三受)가 결합하여 18가지가 되고, 여기(육근)에 다시 호(好)·악(惡)·평(平)의 삼종(三種)이 결합한 18가지가 더해져 총 36가지가 되며, 그리고 다시 과거(過去)·현재(現在)·미래(未來)의 삼세(三世)를 곱하면 최종적으로 108번뇌가 된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삼수(三受)와 삼종(三種)에서 각각 도출된 18가지가 합(sum)하여 36이 되는 이유는 이 두 요인은 통계학적으로 상호배타적 사건(mutually exclusive event)이기 때문입니다.
[사례 2] 108번뇌라는 숫자는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의 육근(六根)과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의 육경(六境), 좋음·싫음·보통이라는 호·악·평(好·惡·平), 그리고 과거·현재·미래의 삼세(三世)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여 생성된다는 견해입니다.
즉, 이 견해에 의하면, 육근(六根)에 육경(六境)을 합(sum)하면 12, 여기에 호·악·평(好·惡·平)의 3을 곱(product)하면 36, 그리고 과거·현재·미래(過去·現在·未來)의 3을 곱(product)하면 108이 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