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월망지(見月忘指)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

by 장유철

1. 석가모니와 아난존자의 문답


서기 705년 당나라 반랄밀제(般剌密帝)가 한역한 수능엄경(首楞嚴經) 제2권에는 인간의 고질적인 미혹을 깨우치는 견월망지(見月忘指)의 뜻을 담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말은 석가모니께서 사촌동생이자 시자인 아난존자(阿難尊者)에게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정작 달을 보지 못한다”라는 진리를 설하신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즉, 견월망지는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피상(皮相)을 보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함을 뜻하는 불교의 근본 가르침이라 하겠습니다.


2.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


수능엄경에 따르면, 석가모니는 아난존자에게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켜 보일 때, 어떤 사람이 손가락을 보고 그것을 달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달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까지도 잃은 것"이라고 엄중히 꾸짖었습니다. 즉, 손가락은 달을 가리키는 수단일 뿐, 그 자체가 결코 달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를 요약하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라는 정제된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3. 등불이 비추는 대상을 보라


이러한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수단인 손가락에 시선이 갇히게 되어, 우리가 정작 보아야 할 달이 가려지는 것을 경계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환언하면,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을 보는 것은 마치 등불이 비추는 대상을 보지 못하고 오직 등불을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견월망지는 우리가 세상을 대하고 진실을 탐구할 때, 마음에 깊이 새겨놓아야 할 경구라고 하겠습니다.


4. 자구(字句)를 넘어 행간을 읽어라


한편, 이러한 견월망지의 경구는 모든 글과 책을 읽을 때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피상적 자구에 매몰되어 글의 주제를 간파하지 못하는 것은 곧 본질을 놓치는 어리석음입니다. 즉, 행간을 가리키는 손가락인 단편적 글자나 자구(字句)만을 보지 말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행간을 읽어냄으로써 필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독서의 본질은 자구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참된 뜻을 찾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5. 인간의 미혹을 깨우치는 견월망지


결론적으로, 석가모니가 아난존자에게 설하신 견월망지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본질을 망각한 인간의 미혹을 깨우치는 준엄한 가르침입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독서의 예를 일반화하면, 견월망지는 형식에 집착하지 말고 본질을 보라는 말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는 엄중한 경구를 거울삼아, 형식에 매몰되지 말고 본질을 꿰뚫어 보려는 마음의 자세를 바로 가져야 할 것입니다.


주) 수능엄경(首楞嚴經) 제2권에는 석가모니가 아난존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기록이 있습니다. “如人以手指月示人, 彼人因指當應看月. 若復觀指以爲月體, 此人豈唯亡失月輪, 亦亡其指.” 이를 번역하면, “마치 사람이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켜 보인다면, 그 사람은 손가락을 따라 마땅히 달을 보아야 한다. 만약 손가락을 보고 그것을 달의 본체라고 여긴다면, 이 사람은 어찌 달만 잃어버린 것이겠느냐? 또한 그 손가락조차 잃어버린 것이니라.”라는 말씀이 있는데, 이것이 후대에 견월망지(見月忘指)라는 불교 용어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견월망지(見月忘指) 1
견월망지(見月忘指)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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