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투스(ΙΧΘΥΣ)?!

초기 기독교의 신앙고백과 비밀암호

by 장유철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금지하고 기독교인들을 박해하던 시대적 상황에서, 기독교신자들은 그들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면서도 서로를 용이하게 식별할 수 있는 은밀한 소통수단이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당시 기독교인들의 생존의 위기 속에서 탄생한 초기 기독교의 강력한 신앙고백이자 비밀암호가 바로 익투스(ΙΧΘΥΣ)라는 것입니다.


본래 익투스는 헬라어(희랍어)로서, 물고기를 뜻하는 평범한 일반명사입니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이 익투스라는 단어 속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숨겼습니다. 즉, 누구나 사용하는 익투스라는 일상용어를 자신들이 기독교인이란 사실을 감춤으로써, 로마제국의 삼엄한 감시와 의심을 피하는 지혜로운 수단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이러한 헬라어(희랍어) 단어 ΙΧΘΥΣ(익투스)는 그 자체로 기독교인의 핵심적인 신앙고백이 담겨져 있습니다. 여기서, I(아이오타)는 예수(ΙΗΣΟΥΣ: 이에수스), X(카이)는 그리스도(ΧΡΙΣΤΟΣ: 크리스토스), Θ(세타)는 하나님의(ΘΕΟΥ: 테우), Y(입실론)은 아들(ΥΙΟΣ: 휘오스), 그리고 Σ(시그마)는 구원자(ΣΩΤΗΡ: 소테르)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익투스라는 짧은 단어 속에는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이시요, 우리의 구원자이십니다”라는 기독교인의 신앙고백이 오롯이 투영되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기독교인의 신앙고백은 빛 한 점 들지 않는 지하묘굴인 카타콤(Catacomb)의 어둠 속에서도 은밀하게 이어졌습니다. 한 사람이 바닥에 물고기의 반쪽을 그리면, 상대방이 나머지 반쪽을 그려서 물고기 모양을 완성함으로써, 서로가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당시 기독교인들은 익투스를 그들의 비밀암호로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하나로 묶어주는 강력한 신앙적 결속을 이루어 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익투스는 오병이어(마태복음 14:19 등 사복음서)의 기적이나, 베드로가 잡은 153마리(요한복음 21:11)의 물고기 등 성경 속의 물고기 서사와 자연스럽게 결합하며, 글을 모르는 문맹자들에게까지 기독교를 전도하는 시각적 도구가 되었습니다. 결국 익투스는 로마제국의 기독교 박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초기 기독교인들의 신앙심이 응축되어 탄생한 신앙고백이자, 이들의 강력한 결속을 다지는 비밀암호로서, 초기 기독교의 중요한 상징이라 하겠습니다.


주1 ) 초기 기독교는 A.D. 30년 예수의 부활 후 50일째 되는 오순절에 마가의 다락방에서 성령강림을 통해 초대교회가 성립된 시점부터, A.D. 313년 로마제국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칙령으로 기독교가 공인되기 이전까지의 기독교를 의미합니다.


주2) 헬라어(희랍어)는 고대 그리스어로서, 그 어원은 그리스인들이 자신들의 시조인 “헬렌(Hellen)”의 이름을 따서 국호를 “헬라스(Hellas)”라 부른 것에서 유래했으며, 이를 한자로 음역한 것이 희랍어입니다. 또한 현재 그리스의 정식 국호인 헬레닉 공화국(Hellenic Republic)과 헬레니즘(Hellenism)이 모두 이 헬렌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익투스(ΙΧΘΥΣ)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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