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술의 여신의 선택: 아라비아숫자

by 장유철

A.D. 1503년 그레고리우스 라이시(Gregor Reisch)의 저서 철학의 진주(Margarita Philosophica)에는 인류문명의 물줄기가 바뀌는 순간을 포착한 상징적인 목판화가 실려 있습니다. 즉, 이 목판화는 산술의 여신(Typvs Arithmeticae)을 사이에 두고, 좌우에서 과거의 계산방식과 미래를 여는 계산방식이 숨 막히는 계산대결을 펼치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산술의 여신의 왼편에는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Pythagoras)가 산판(Counting Board)을 이용하여 구식계산(Abacus)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산판을 이용한 계산방식은 계산이 끝나면 그 계산과정이 모두 사라지는 휘발성 셈법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산술의 여신은 이러한 피타고라스에게 차갑게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반면, 산술의 여신의 오른편에는 고대 로마의 수학자 보에티우스(Boethius)가 혁신적인 아라비아숫자를 이용하여, 계산과정을 종이 위에 직접 써 내려가며 기록으로 남기는 현대적 계산(Algorithm)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산술의 여신은 이러한 보에티우스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고 있습니다.


결국, 인도에서 발명되어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으로 전파된 아라비아숫자는 휘발성 셈법의 시대를 끝내고, 계산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인류가 이러한 아라비아숫자 체계를 채택한 것은 찬란한 인류문명의 번영을 이끌어낸 아주 지혜롭고 탁월한 선택이라고 하겠습니다.


주 1) 산술의 여신의 머리 위 리본에는 "TYPVS(TYPUS) ARITHMETICAE"라고 적혀있는데, 이것은 "산술의 형상/상징"이란 의미로서, 곧 "산술의 여신"을 지칭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주 2) 산술의 여신의 양옆 리본에는 두 인물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왼쪽 산판을 사용하고 있는 노인은 PYTHAGORAS(피타고라스), 그리고 오른쪽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고 있는 젊은이는 BOETIUS(보에티우스)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주 3) 산술의 여신의 옷자락에는 2, 3, 8 등 아라비아숫자가 기하학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즉, 산술의 여신 자체가 아라비라숫자 체계를 상징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산술의 여신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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