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

by 장유철

라틴어 쿼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는 성경(正經: Canon)이 아닌 외경(外經: Apocrypha) 베드로 행전(Acts of Peter) 35장에 기록되어 있는 구절입니다. 특히 이 구절은 이를 소재로 한 “쿼바디스”라는 소설과 영화의 제목으로 사용되면서, 종교적 경계를 넘어 전 세계인에게 인생의 행로를 묻는 상징적인 질문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즉, 이 짧은 “쿼바디스 도미네”라는 구절 속에는 인간의 나약한 본성과 이를 넘어서는 거룩한 결단의 의미가 함께 내포되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A.D. 64년에 로마 대화재가 발생하였는데, 네로 황제는 민심의 비난을 피하고자 기독교인들을 방화범으로 몰아 잔혹한 기독교박해를 자행하였습니다. 당시 초대교회의 수장이었던 베드로는 기독교인들의 간곡한 권유로 로마를 떠나 피신 길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베드로가 로마 외곽의 아피아 가도를 따라 무거운 발걸음을 걷던 중, 문득 부활한 예수가 자신이 등지고 떠나온 인간도살장 같은 로마를 향해 묵묵히 걸어 들어가는 환영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때 경악한 베드로는 예수에게 라틴어로 "Quo Vadis, Domine(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예수는 "네가 나의 양들을 버리고 떠나니, 내가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려고 로마로 간다(Romam vado iterum crucifigi)"라고 짧고도 단호하게 대답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예수의 대답은 그가 부활한 직후에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세 번을 물었는데, 그때마다 베드로는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라고 대답하자, 예수는 “내 양을 먹이라(요한복음 21:17)”라며, 베드로에게 수위권(首位權)을 위임하였습니다. 이렇게 예수로부터 수위권을 받은 베드로가 혹독한 박해 속에 남겨진 “양(기독교인)”들을 뒤로한 채 홀로 도망치던 상황에서, “내가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려고 로마로 간다”라는 예수의 이 한마디는 베드로가 유기한 수위권의 엄중함을 자각하게 하였습니다.


부연하면, 이미 양(기독교인)을 위해 죽은 예수가 양(기독교인)을 먹여야 할 베드로를 대신해 또다시 죽으려고 로마로 간다는 예수의 대답은 참으로 역설적이었습니다. 이 대답을 들은 베드로는 수위권을 위임받은 자로서, 자신이 해야 할 사명이 무엇인지 재확인하고 회심하여, 결연히 발길을 돌려 로마로 되돌아갔습니다. 결국 베드로는 로마에서 예수의 길을 따라 순교하게 되었는데, 그는 감히 예수와 같은 방식으로 십자가형을 받는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하여, 스스로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죽는 길을 택하였다고 합니다.


오늘날 베드로가 순교하고 묻혔던 그 장소에는 세계 가톨릭교의 중심인 바티칸 시국의 성 베드로 대성당(St. Peter's Basilica)이 웅장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생전에 예수로부터 "내 양을 먹여라"라는 수위권을 부여받음으로써,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베드로를 초대 교황으로 공인하였습니다. 또한 베드로는 예수와 똑같은 길을 걸음으로써,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기독교인의 신앙적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주1) 외경(外經, Apocrypha)은 “감추어진 것”이라는 뜻을 지닌 문헌들로서, 성경(正經: Canon)으로 공인되지는 않았으나 초대교회시기에 기록되어 널리 읽혔던 종교적 저술들을 일컫습니다. 이는 성경에 구체적으로 기록되지 않은 인물들의 행적과 당시의 사회적 배경을 풍부하게 담고 있어, 성경의 내용을 보완하고 해석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줍니다. 대표적인 외경으로는 본문의 배경이 된 베드로 행전을 비롯하여 토마스 복음서, 바오로 행전, 유다 복음서 등이 있습니다.


주2) 예수의 수제자인 베드로의 이름은 여러 개가 있습니다. 예수의 제자가 되기 전의 베드로의 원래 이름은 시므온(Symeon: 히브리어) 시몬(Simon: 헬라어)입니다. 그리고 예수의 제자가 된 후, 예수는 베드로에게 반석·바위·페트라(Petra: 헬라어)를 뜻하는 케파(Cephas: 아람어)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었고(예수가 살던 때의 이스라엘은 아람어가 사용되었음), 그리고 그 이후 이 케파는 사용 언어별로 게바(한국어 음역), 페트로스(Petros: 헬라어) 베드로(한국어 음역) 페트루스(Petrus: 라틴어) 피터(Peter: 영어) 피에르/삐에르(Pierre: 프랑스) 표트르(러시아어 음역) 페드로(Pedro: 스페인어) 등으로 음역·번역되어 통용(通用)되고 있습니다.


주3) 폴란드의 작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Henryk Sienkiewicz, 1846-1916)는 네로 황제의 기독교박해를 다룬 역사소설 “쿼바디스(Quo Vadis, 1896년)”를 집필하여 190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1951년 머빈 르로이 감독이 제작하고 로버트 테일러와 데보라 카가 주연한 영화 “쿼바디스”는 종교영화의 고전으로서 오늘날까지도 깊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영화 쿼바디스(Quo Vadis) 포스터
성 베드로 대성당(St. Peter's Basil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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