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겪어봐서 다행이에요
[ Beverly Hills]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서부 로스앤젤레스
서쪽에 있는 도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서부
원래는 인디언이 살던 마을이었으나 에스파냐인에게 정복당하면서 엘란초 로데오 데 라스 아구아스(El Rancho Rodeo de las Aguas)라고 불렸다. 1906년 로데오 랜드 워터(Rodeo Land and Water Company)에 의해 산타 모니카 산맥 기슭에 마을이 생겨나면서 지금의 이름이 붙었다. 초기에는 정착민들이 적었으나 1914년 시로 승격된 이후 완전히 주거지역이 되었다.
할리우드가 가까이에 있어 유명 영화배우나 사업가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호화로운 고급 주택단지가 형성되었다. 시내에는 유명 호텔과 대형 백화점들이 들어서 있으며 특히 로데오거리나 윌셔 거리에는 고급품을 취급하는 상점과 식당이 많기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쇼핑을 하거나 배우들의 호화주택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베벌리힐스 [Beverly Hills]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10년째 미국에서 살고 있는 내 친구는
머리에 탈색을 5번이나 해서
파스텔 옐로 색을 띄운다.
지나가는데 외국인이 내 친구에게 다가와서 묻는다.
"머리색이 너무 예쁘다. 어디서 머리 했어?"
"내가 직접 집에서 탈색을 한 거야."
"와 놀라워. 머리색이 너무 마음에 들어."
"고마워! 안녕!"
이 친구가 보는 시야는
적응 안 되는 나와는 달리
편하고 여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나가다가 표현을 참지 않는 문화에
황당한 내 모습
그리고
태연하게 대답을 하는 친구
나도 언젠간 프리토킹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다짐을 한다.
3~4월의 미서부 쪽은 습한 기운이 전혀 없고
오히려 건조한 기운을 더 머금고 있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뽀송한 느낌을
하루 종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친구는 제일 큰 차를 렌트해서 나를 데리고
캘리포니아 높고 넓은 베버리힐스의 시야를
넓혀 나간다.
학창 시절에 그렇게 붙어 다니던 친구가
새삼 내가 모르던 모습을 내비치기도 해서
든든하고 자랑스러웠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서로 배려하며 여행을 한다.
나이를 먹다 보면 같이 지내는 시간보다
자신의 정체성이 더 자리 잡혀서
서로 잘 모르는 게 많다.
그러다가도 학창시절 이야기만 나오면 깔깔 웃는다.
이런 오래된 친구와의 추억은
동심을 꺼내는 것 같기에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는 느낌이 있다.
도착한 베버리힐스는 길가에 쓰레기 하나 없었다.
가지런한 잔디에, 집의 담까지 감싸안는
잔디의 빼곡함이
나의 기분을 더욱이 청량하게 만든다.
고급진 도시였다. 건물들은 다 크고 웅장했다.
날씨도 도와 아우라를 뽐내는 도시였다.
표지판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여 만든 느낌이 든다.
핸드폰을 들고 사방팔방을 찍는다.
360도 회전을 하면서 동영상을 찍기도 하고,
특유의 도시의 분위기를 담으려 애를 쓴다.
눈으로 담아도 바쁜 시간에
촌스러운 마음을 내비친다.
누가 봐도 여행 온 사람으로 보였을 것도 알지만
남는 건 사진이라는 생각에
쉽사리 카메라를 끄지 못한다.
친구는 커피를 하루에도 두어 잔씩 마신다.
친구가 자주 가는 체인점 커피를 들려
테이크 아웃을 하러 간다.
뒷자리에 앉은 젊은 청년은
노트북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데
어디 잡지에서나 볼듯한 분위기에
미국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저들에게 나는 이방인이라는 것도
꽤나 재미난 요소다.
나는 베버리힐스에서 커피를 들고
고급진 도시 안에서 방황을 한다.
모두 꿈같았다. 모든 게 처음이다.
누군가 나에게 그랬다.
미국 여행을 가는 것도 용기 중의 일부라고
그래서 더욱 거리를 거닐며
스스로 확신의 끄덕임을 보였다.
베버리힐스의 특유의 고급짐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어마어마함이었다.
원래 어딜 가든 여행지는 새롭고,
아름답게 다가오지만
미국은 미국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친절한 웃음과
다들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면모를 보고 있으니
여유로움을 풍기는 이들처럼
나도 미소를 입에 머금고 싶었다.
여유롭고 고급진 분위기는
나를 한순간 압도했고 매료시켰다.
거리를 거니는데 웃음만이 전부였다.
안 좋은 것들이 있을 수 없는 곳 같았다.
자주 봐온 퍼런 하늘은
여행의 광활함과
어쩐지 더 높은 것 같고 트인 시야에
처음 겪는 듯한 하늘과 마주했다.
'사람이 명품이 되어야지' 외쳤음에도
이 명품거리를 와 보니
한 번쯤 사치를 부리고 싶기도 했다.
한국에서 해보지 않은 짓을 과감히
저지르고 싶은 나의 늦바람이
약간 무서워지기도 했다.
거리가 야외 결혼식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여기에 머무는 사람들은
매일이 축제일 수도 있겠다.
위스키 한 잔을 마시며 책을 보는 사람,
스몰토크를 하며 오로지 그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과 처음 보는 광경들은 나를 한동안 머무르게 만들었다.
깨끗하고 고급진 도시 베버리힐스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게 처음이었다.
매일을 바쁘게 살아가던 나에게
여유로움을 선사해준 도시.
긴 여행을 하면서 느낀다.
나도 여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구나.
사람이 여유로워야 웃음도 나오는구나.
꿈만 같았다.
바쁘게 사는 게 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확신이 든다.
치열하게 살아가되, 나의 청춘과 젊음과
시간, 경험들은 이제 더 이상 놓치고 싶지 않았다.
왜 매일이 불안했을까?
왜 나 혼자 불행하다고 생각했을까.
바뀌려는 노력을 왜 못했을까?
왜 맞지 않은 것들을 억지로 껴 맞추는 게
답이라고 생각을 했을까?
이런 여유로움을 갖기 위해선
나의 행복이 우선이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