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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Aug 15. 2022

[주간단남] 8월 2주 차 아침 생각

7/31(일) - 8/6(토)

[주간단남] 시리즈에서는 제가 매일 아침 30분 가량 글명상을 했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고 나누고 싶은 내용을 공유합니다.

발췌한 문장들은 제가 적었던 문장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맞춤법 오류, 비문 등 많을 수 있음)

굵은 글씨로 표시한 문장은 제가 새롭게 깨달았거나 꽂혀 있는 '생각'을, 밑줄 친 문장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을 표기했습니다.



무의식은 언어적 표현을 통해 의식적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페터 비에리, <자기결정> 中





22.08.10 (수)


(..)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바라보기란 어려운 일이다. 특히 그로 인해 나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엔 더더욱.

(..)

환멸도 희망도 결국엔 다 인간으로부터 유래하는 법. 나는 스스로 반응을 선택할 자유의지가 있는 존재이기에 환멸보다는 희망을 선택하고자 한다. 그러나 무의식에 프로그래밍된 나의 심리적 기제 들은 그런 나의 선택을 존중하기보다는 어떻게든 끌어내리려고 야단이다.

(..)

내면의 평화와 관련해서는 나와 관계를 맺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성숙해지고 사려 깊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쪽 보다 내가 계속해서 내면을 살피고 마음을 비워내는 수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

인간은 위기가 닥치면 자기부터 챙기는 이기적인 존재인 것이 본능이다. 이타적 행동은 의식적 노력이 뒤따라야만 가능한 것이다.




22.08.12 (금)


(..)

내 몸을 혹사시키면서까지 억지로 인(寅)시에 기상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옛날 선비나 군자들이 그 시간에 일어난 것은 그만큼 일찍 잠들었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 그것이 와전되어 미라클 모닝이니 뭐니 해서 기상시간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수면의 양이나 질에 대한 논의 혹은 유행 같은 게 없다.

내실보단 보여지는 것, 수치화하기가 수월해서 인증 등을 통해 남에게 내세우기 좋은 것, 그 결과 나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마음이 '착각'하기 좋은 것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오늘날의 실태인 듯하다.

(..)

내가 말이 단조롭지 못하고 길게 늘어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동어의 반복을 통한 강조하기를 즐겨 쓰다 보니 강조를 넘어 단순 열거의 형태가 되어버릴 정도로 문장의 길이가 쉽사리 늘어지고 마는 것이다.

(..)

입추가 지나자 귀신같이 더위가 꺾이기 시작했다. 지구 온난화다 뭐다 말이 많지만 그럼에도 오랜 시간을 자연을 벗 삼아 지내고, 자연의 흐름에 경외감을 가졌던 선조들이 만들어 둔 24절기는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

늘 이른 아침에만 모닝페이지를 쓰다가 해가 중천에 뜨고 쓰려니 영 어색하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에서도 조급함이 밀려온다. 빨리 쓰고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것이다. 늦잠을 잤다고 스스로에게 씌운 프레임 탓에 생기는 조급함이다.

그런데 그 프레임은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것이라 그 타당성을 스스로 검토해 보아야 한다. 지금 나는 조급해하며 하루를 시작해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에 놓여있나?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런 마음을 느끼는가?

채찍질이다.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 왜 스스로와의 약속을 저버렸냐며 나 자신에게 휘두르는 일종의 정신적 채찍인 것이다. 원래도 나는 그런 자기비판적 성향을 지녔지만 무신월(戊申月)에 정관이 들어왔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절제나 통제를 하는 경향이 더 짙어질 확률이 높다.

(..)

조급함을 내려놔도 큰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글씨 쓰는 속도가 차분해지고, 글씨체도 안정을 되찾았다. 융의 말처럼 인간은 신체적 에너지와는 별도로 내부에 정신적 에너지가 존재하며 내면의 변화가 신체적 변화로 나타나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 것이 정말 맞다.

(..)

그래서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운 사람은 신체의 반응을 가만히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라고 어느 명상법에서도 가르치는 것이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걸음마다 흘려둔 빵조각이 되돌아오는 길잡이의 역할을 하듯 몸에서 느껴지는 각종 감각들은 내면에 있는 마음, 그리고 더 깊숙한 무의식의 영역에까지 이르는 길에서 쉬이 길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가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생각들은 떠오름과 동시에 흘러가기도 하고 꽤나 오랜 시간 머물기도 하며, 한 바퀴 도는 시간이 짧은지 여러 차례 나타나기도 한다. 사람의 다양한 얼굴들 만큼이나 생각의 군상 역시 다양하다. 밀려들고 나가는 것이 만조와 간조의 반복을 보는 것 같은 이 생각의 바다에서 나는 어떤 생각은 쉬이 흘려보내기도 하나, 어떤 것은 그러질 못하고 계속 붙잡고 있기도 한다.

모든 마음의 고통과 신체의 질병은 그런 붙잡음에서 비롯된다. 원인 없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운의 흐름이란 게 존재하긴 하지만 좋은 운도 나쁜 운도 모두 나 자신이 얼마나 바로 서있었냐에 따라 그것이 지나가고 났을 때 남기는 흔적의 양상이 달라진다. 태풍에 대비하는 정도에 따라 작물의 피해가 달라지듯이.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맞이할지는 우리가 정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네 삶은 능동과 피동이 만들어내는 한 편의 역동적인 드라마다.




22.08.13 (토)


(..)

이미 밥을 같이 한다는 것만으로 당사자들은 소통의 장에 참여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또한 이것은 은혜이기도 하다. 식사를 누군가로부터 대접받는다는 것은 언젠가 나 역시도 베풂을 실천할 때가 와야 마땅함을 알아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사람 사는 도리라는 영역에 있어 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모습인 것이다.

(..)

활은 마음공부에 도움이 된다. 원인을 금방 금방 알아내기 어려운 만큼 특정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이 매우 다양할뿐더러, 그것마저도 개인에 따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설령 원인을 알아냈다고 한들 그것이 곧바로 몸에 반영되어 시정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알아낸 그것은 고쳐야 할 점이 시정되기 전까지는 가설에 불과하다. 그러니 활에는 인내심과 집중력 그리고 겸허함까지 두루 요구된다. 

이것을 골고루 익힐 수 있는 것으로 활쏘기만한 것이 또 있을까. 이런 수사적 물음에 굳이 대답을 하자면 나는 역시 활밖에 없다는 물음에 내재된 준비된 답이 아닌, 다른 것들 또한 많이 있다고 답하고 싶다. 세상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다양한 것들이 존재한다. 게다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특정 기능과 역할을 하는 무언가는 형태와 명칭이 상이할 뿐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해 왔었다

무엇이 되었든 그것에 대해 자긍심을 갖는 것은 중요하나 그것이 자칫 자만심과 배타주의 혹은 국수주의나 사대주의와 같은 맹목성을 띠지 않도록 유의해야만 할 것이다. 

(..)

시계를 애써 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시계를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생긴 나만의 무의식적 습관의 패턴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

나는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내키지 않아 할까? 일단 경쟁의 모양을 띈 것에 거부감이 든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해 주고 감탄해 주며 자기는 생각해 내지 못한 영감과 자극을 받는 소통의 장이 생겨나고 거기에서 수상까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분위기라면 상관이 없다. 나는 선의의 경쟁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편이다. 그러나 내가 자라면서 경험했던 경쟁에 그런 즐거운 경쟁, 성장의 장이 되는 경쟁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어쩌면 나의 편협한 경험에서 비롯된 시각으로 세상을 비뚤게만 바라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사람들이 앞만 보고 달리는 100미터 전력 질주를 하며 자기 자신의 성과에만 정신이 팔려있기보다는 러닝 대회와 같이 서로 즐기고 독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함께 나아가는 세상을 꾸리기를 바란다.





[주간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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