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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Oct 08. 2021

두 번의 퇴사,
무계획이지만 불안하지 않은 이유

주체적인 삶의 첫출발은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것

"현대인은 돈을 벌려고 건강을 희생합니다.
그러고는 건강을 되찾으려고 돈을 희생하죠.
그들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즐기지 못합니다.
 
결국 현재에 살지도 못하고
미래에 살지도 못합니다.
절대 죽지 않을 사람처럼 살다가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인생 처음으로 퇴사를 하고 난 뒤 어느 날 책에서 읽은 달라이 라마의 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보다 현대인의 삶을 잘 표현한 문장이 있을까 싶다. 2018년에 첫 번째 퇴사를 하고, 올해 두 번째 퇴사를 했다. 각각 구체적인 퇴사 사유는 다르지만 크게 보면 같은 이유다.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어져서다.



세대 간에 퇴사를 바라보는 관점의 온도차가 크다. 요즘 세대에게 퇴사는 '축하' 받을 일이다. 지인에게 퇴사 소식을 알리면 고생했다는 격려와 함께 다음 행보를 응원한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윗세대 분들에게 그것은 명예퇴직 혹은 정년퇴직 때에나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한창 일할 나이에 회사를 제 발로 나오는 것에 대해 그들은 '요즘 젊은 애들은 끈기가 없다'라고 일축하곤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내 또래들은 회사에서 대리쯤 달고, 미래를 위한 저축도 꾸준히 하고 있다. 남자들은 슬슬 장가를 하나둘씩 가고 있고, 여자들도 상당수 시집을 가고 있다. 나는 대리도 아니고, 꾸준히 저축을 하지도 않으며, 비혼주의는 아니지만 장가는 언제 갈지 불투명하기만 하다.



나의 상황에 대해 누군가는 실패한 인생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의 관점에서는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자신의 삶에 대한 충분한 고민도 없이 그저 남들의 말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스스로에게 낙오자라는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이다.




개미는 개미답게, 베짱이는 베짱이답게 



이솝 우화 중 하나인 <개미와 베짱이>에서 개미는 겨울을 대비하여 무더운 여름날 열심히 일해서 식량을 비축한다. 반면에 베짱이는 개미가 일할 때 기타나 치면서 띵가띵가 놀다가 막상 겨울이 닥치자 식량을 구하지 못해 곤경에 처한다.



이 우화는 근면 성실함을 미덕으로 삼고 게으름을 악으로 규정하는 우리 사회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우리는 개미 같은 사람에게는 근면 성실함이라는 훈장을 주고, 베짱이 같은 사람에게는 게으름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개미와 베짱이 우화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인간은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독자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화를 읽고 나서 우리는 모두가 개미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개미는 개미다울 때 가장 행복하다. 베짱이는 베짱이다울 때 가장 행복하다. 베짱이에게 개미처럼 살라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처사일까?



우리가 정답이라 믿는 세상 너머에는 실로 다양한 베짱이가 존재한다. 우화 속 베짱이처럼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겨울에 굶어죽는 베짱이도 있고, 식량을 일부 나눠 받는 조건으로 개미의 노동 의욕을 고취시켜주는 노동요를 불러주기로 계약한 베짱이도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겨울이 오기 직전 운이 좋게 거대한 식량이 쌓인 노다지를 발견한 베짱이도 있을 수 있다.



개미든, 베짱이든 각자에게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삶의 방식이 있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삶의 양상도 저마다 다르게 드러난다.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 


 


인도의 명상가이자 철학가였던 지두 크리슈나무르티(J.Krishnamurti)는 게으름에 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른 정의를 내린 바 있다. 그는 해가 중천인데도 침대에 누워 있는 것, 놀거나 공부하지 않으려 하는 것, 혹은 멍하니 앉아 자연의 풍경을 관찰하는 것을 게으름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게으름이란 자신에 대한 앎이 없는 것이다. 즉,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그 동기와 반응이 무엇인지 자각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깨어있어야 할 마음이 잠들어 있어서 지식, 경전, 혹은 타인이 한 말에만 갇혀 있는 마음을 말한다. 그가 말하는 게으름이란 그런 마음으로 사는 것이다.



인생에 설령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한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고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인생이 그렇게 단순하고 쉽다면 정말 다수가 동의하는 '정답'에 따라 살았을 때 모두가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세계 10위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OECD 37개국 중 35위로 최하위다. 모두가 한 방향을 보고 사는 것은 정답이 될 수 없다는 반증이다. 물론 무계획으로 자기 인생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뜻
은 아니다. 다만 무엇이 정답인지는 타인의 기준이 아닌, 스스로의 기준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의 퇴사. 일단 탈출하긴 했는데 이렇다 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하지만 결심한 것이 하나 있다면 주체적인 삶을 살겠다는 것이다. 타인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참고만 하고 모든 것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될 것이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어떤 방향과 속도로 걸어 나갈 것인지도 나만의 기준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모든 결과에 대해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또다시 걸어 나간다. 남이 준 물감이 아닌 내가 고른 색으로 내 도화지의 남은 부분을 채워나간다. 비로소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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