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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Nov 14. 2023

따뜻해도, 추워도 겨울은 겨울이다

우리의 운명도 그렇다

쾌청한 초겨울의 산의 모습



아침 공기가 쾌청하다. 하지만 완연한 가을의 쾌청함과는 어딘가 다른, 코 끝이 시릴 정도의 상쾌함이 느껴지는 기운. 겨울인 것이다. 예년 보다 빨리 겨울이 찾아왔다곤 하지만, 절기상으론 때에 맞춰 겨울이 찾아왔다. 다만 입동이 코 앞인데도 가을이 제 분수를 모르고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자연의 균형력이 어떻게든 작용했기에 예년보다 더 요란하게 겨울을 끌어당길 수밖에.



자연을 닮은, 우리 몸도 어떻게든 균형을 맞춘다. 그 균형의 작용과 그로인한 결과가 당사자인 우리에게 반드시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길흉은 인간의 판단이고, 균형은 자연의 객관적인 작용이요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다.



몸을 망가뜨리는 행위를 많이 해서 몸이 스스로 회복할 틈조차 주지 않는다면 자연 법칙은 그 몸을 병들게 하여 몸져 눕게 한다. 그래야 회복을 시작하여 균형을 다시 세울 수 있기에. 자신의 욕망을 지나치게 억누르다 보면 어느 시점엔 그 욕망이 화산처럼 마구 분출되어 스스로도 겉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린다.



삶이 승승장구 일색이라 언제나 자만에 두 어깨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다가는 반드시 그 기세가 꺾이는 시기가 오기 마련이며, 삶이 계속해서 어둠과 곤경에 곤두박질치더라도 바닥을 찍고나면 다시 위로 천천히 상승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무한대로 순환하고 변화하는 자연이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법칙이 발현된 결과다. 우리는 그것을 거스르려 해서도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 가장 의식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는 그것과 싸우지 않고 그것 위에 올라타는 것이다. 스스로의 운명과 싸우지 마라. 단지 그것을 품에 안아라. 그게 우리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Amor Fati 말의 전언일 것이다.



타로나 사주명리로 운명을 바라볼 때의 태도 역시 여기서 별반 다르지 않다. 운명 앞에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는 패배주의적 마인드도, 운명 따윈 없다며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함도 모두 틀렸다. 운명학과 점술은 존재하는 인생의, 우주의 큰 흐름은 인정하되 그 흐름을 어떻게 주체적으로 이용할 지의 문제인 것이다.


상담을 하는 입장에서도, 상담을 받으러 오는 입장에서도 이에 동일한 선상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양질의 상담이 가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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