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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Mar 15. 2024

성실하게 근로를, 또는 남에게 행복을

명리학에서 말하는 재물운이란


명리학은 각자의 삶에 타고난 소명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즉 타고난 사주의 여덟 자는 이 소명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세상에 들고 온 칼과 방패인 셈이다. 명리학에서 재물운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재성財星'이다. 재성의 종류와 힘의 강약, 다른 글자들과의 조화가 자신이 타고난 소명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재물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크게 유통시킬 것인지를 결정한다.


재성은 다시 '정재正財'와 '편재偏財'로 나뉜다. 명리학자 강헌은 그의 저서 <명리: 운명을 조율하다>에서 정재는 몸에 지닌 재물로, 편재는 몸에 지니지 않은 재물을 의미한다. 또한 성격적인 자질로는 정재를 지닌 사람은 규칙, 정의를 중요시하며, 편재를 지닌 사람은 봉사심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몸에 지닌 재물이요 거기에서 비롯된 자질이 규칙과 정의라는 것은 일상적이고 고정적인 방식의 루티너리한 노동 활동에서 취득하는 재화임을 암시한다. 쉽게 말해 '월급'과 같은 개념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와 같은 방식의 재화를 통해서 나 자신과 가족을 부양한다. 목적이 그것이니 당연히 규모가 클 수는 없다. 월급에서 이것저것 빼면 겨우 저축을 빠듯하게 하는 것은 자신이 월급으로 번 돈이 어떤 거대한 비전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함이 아니라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인 거다.


반면에 몸에 지니지 않은 재물이요, 거기에서 비롯된 자질이 봉사심이라는 것은 내가 사회적으로 요긴한 일을 하기 위해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혁신을 위해서 필요한 돈은 투자 유치, 규모의 경제 등을 실현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뜻이 된다. 우리 가족만 먹여 살리기 위한 돈이 아니라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거기에 딸린 수많은 일손들의 생존도 달려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있다는 뜻이 된다. 설령 그것이 내 이름의 법인 앞으로 모인 돈이라고 해도 내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세상을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이 편재가 지닌 '봉사심'의 특징이요, 더 고급지게(?) 표현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되는 것이다.


정재와 편재가 지닌 이러한 의미가 시사하는 바는 우리가 돈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점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정재의 바른 취득은 (월급루팡이 아니라) 근면성실한 노동이 되어야 하며, 그렇게 번 돈의 목적은 나와 자신의 피부양 대상인 가족의 생계의 안정에 있다. 옆 집이 차를 바꾸면 따라 바꾸고, 여행을 갔다 하면 자기도 가야만 할 것 같고 하는 식의 허영과 사치에 쓰일 돈이 아니란 뜻이다. 하지만 월급에 흔히 쓰이는 '귀여운', '쥐꼬리만 한'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월급만으로는 결코 사치와 허영을 일삼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 중요한 것은 편재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에서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함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월급 이상의 돈을 유통시킬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이 보다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소명을 실현시키기 위해 주어졌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기를 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질 낮은 제품을 허위 광고하는 것, 고객을 내가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객단가'의 돈으로만 보는 것을 '사업가적 마인드'라며 치켜세우거나, 거짓 희망을 심어서 지갑을 열게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소비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각종 강의 팔이 등은 편재가 시사하는 '봉사심'의 키워드를 오도하고 외면하는 꼴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돈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것은 건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돈은 목적을 위한 도구이자 수단에 불과하다. 현금 다발을 쌓아두고 묵혀두면 썩는다. 시체 썩은 냄새보다 고약한 것이 현금다발 썩은 냄새란다. 그것은 단지 세균 등의 생물학적 관점에서만 논할 문제는 아니다. 탐욕과 부정, 이기심과 오만 등의 에너지가 뒤섞인 축재(蓄財)의 온상이 그런 고약한 냄새를 낳은 것이다. 돈을 대하는 태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당장 만세력을 켜고 내가 타고난 재성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그리고 돈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차분하게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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