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시간

by 잇는 사람

초가을 늦은오후 어느날, 출출함에 빵과 우유를 우걱우걱 먹고 정리후에 잠시 쉬는 시간이다. 왠지 모르게 이상하게도 찜찜한 마음을 누를수 없는 느낌에 잠시 휴대폰 액정화면을 본다. CCTV어플을 실행하고 집안의 내부를 살피는데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고, 다른방에 놓인 공폰 속 CCTV 어플을 바라보아도 이상없어 보였다. 지나간 시간으로 되돌린다. 앉았다 누운 어머니와 얘기하고 돌보다 집안일을 정리하던 요양보호사 선생님은 짜여진 업무 시간을 끝내고 약을 챙겨주고는 집을 나섰다. 몇분이 지나고 잠깐의 낮잠을 잤던 어머니는 한쪽벽에 고정된 손잡이를 잡고 일어섰고 이어서 벽에 무언가를 쫓는듯한 형상이 잠시뿐이겠지 싶었지만 반복적인 움직임에 불안감이 생겨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침대 머리맡에 균형을 잃으며 앞으로 넘어졌고 손을집고 일어서지 못한다. 그상태를 확인하고 카메라 어플속에 대화버튼을 눌러 일어나라고 얘기하지만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고 이번에 다시 통화버튼을 누른다. 통화연결음은 계속 갔지만 부재중이라 안되겠다 싶어 요양보호팀장님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얘기하고 집으로 가달라 요청한다.

그리고 아이 통원치료로 병원에가 있는 아내에게도 전화해 끝나는대로 그곳으로 가달라고 했다. 알겠다는 얘기를 듣고 전화를 끊었다. 조금있으면 괜찮아지겠지.. 상황이 나아지겠지… 강제로 마음을 달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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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그건 나의 엄청난 착각이었음을 전화를 받고 알게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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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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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그게 무슨소리에요? 왜 숨을 안쉬어요? 잘못 본거 아니에요?”,

“아뇨 미동도 없고 대답도 없으셔서 부축해드리려는데 숨도 안쉬세요…119에 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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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팀장님의 목소리에 나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것 같았다. 주저 앉아 버렸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든 빨리 가야만 했다. 옷을 갈아입는 순간에도 내 팔과 다리가 무의식중에 움직이는지도 모를정도로 머릿속은 하얗고 복잡했다.

택시를 잡아 급히 집으로 가달라고 얘기를 한다. 상황을 알게된 기사님은 비상깜빡이를 켠채로 과속패달을 밞아 앞으로 나갔다. 뒷좌석에 걸터 앉은채로 CCTV어플을 다시켠다.

왜 그런 상황이 오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되돌리고 또다시 되돌렸다.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원없겠지만 그러나 상상속에 바램은 현실을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파킨슨의 환영을 보게된 어머니는 나비를 보았다고 했다. 평소 검소하고 깔끔히 집에 정리와 청소를 했었터라 더욱 그랬다. 어떤 시설로 보내지는것은 불효라는 생각과 그곳에 관한 믿음을 가질수 없는 그리고 남겨진것은 버림받는 것이라는 불신이었기에 그렇다고 같이 살수도 있었음에도 그런것에 불편함과 아내와 아이에게 넘길수 없어 홀로 지내고 있었다.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들렀다 보살펴 드리고 잠을 자거나, 아들과 함께 할머니집에 가 밥을 해주는 와이프가 힘을 쓰는것, 그리고 국가에 요양보호신청에 요청에 도움을 받는것이 전부였다.

집안에서 걸어다닐수 있는 공간에 넘어질수 있을것을 치우고 화장실과 주방과 안방에서 걸어다닐때 도움이 될수 있도록 손잡이와 봉을 부착하였다. 병명을 알고 얼마후 다용도실에서 넘어지고 화장실과 침대밑으로 넘어질때 비상상황을 상시 지켜봐야함을 카메라를 설치하여 통화할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러나 찰나의 그순간에 나는 손을 내밀어 잡아주지 못했다. 가득차 있는 나비를 쫓은 손짓에 균형을 잃은채 늪으로 빠진것 마냥 넘어졌다. 손과 팔을 뻗을수 없었고 몸과 다리를 움직일수도 없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깊은 구멍으로 빨려들어 가게 된것이다. 거칠던 숨은 시간이 지나며 얇고 가늘어져 갔다.

지난 영상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그렇게 되어 원점으로 되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상상속 기도와 달리 현실은 냉혹하고 참혹했다. 흘러간 시간을 잡을수가 없었다. 시간의 끄나플을 잡으려 애를 써도 초침의 칼날에 속수무책일수 밖에 없었다.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저 멀리 앞선채로 달려가는 강도 앞에 끌려가는 꼭두각시처럼 불안과 공허함이 몰려왔다.

조수석 창문을 열어도 땀이 떨어진 날이여도 강추위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두 허파에 물이 들어가 숨을 쉴수 없을만큼 답답했으며, 심장은 쪼그라들어 펼수 없어 주먹으로 가슴을 때려야 했다.사지육신과 입술은 파랗게 떨려왔다. 그리고 두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마를틈 없이 계속 흘러 내렸다.

한참동안 밀렸던 도로는 고속도로와 가까워지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요양보호 팀장님 전화를 받고 근처 병원에 도착했고 또다른 응급처치를 받은후 중환자실로 인계되었다고 했다. 도착후 정신없이 도착했지만 면회시간에 들어갈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지나 마주할수 있는 시간이 다가와 들어갔을때 눈을 감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두눈을 감은 얼굴은 평온해 보였지만 골든타임을 놓쳐 뇌손상으로 지켜봐야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환장하고 미칠것만 같았다.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말이다. 인공호흡기와 모니터링 장비,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수액과 주사를 맞고 상태로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24시간 불이 켜있는 그곳에 작은 선글라스 라도 씌워주고 싶었다. 아주 잠깐 잠들어 있는것 뿐이라고, 늦잠자도 좋으니 깨어만 달라고 말이다.

집에 도착해 불을 켰을때 방바닥에는 사람들이 정신없이 오간 흔적의 발자국들이 보였고 이불과 옷가지들이 정신없이 흩어져 있었다. 고요하지 못해 적막감이 몰려 들었다. 바닥에 주저 앉아 멍하니 있었다. 멈춰진 시간처럼 한량없이 조용히 흘러갔다.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얄밉게도 시간은 쌩까고 있었다.

그 사이 나에게 얼굴을 내밀어 혓바닥을 내밀며 인사를 하는 반려견 나롱이가 있었다. 그녀석 눈을 보니 다시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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