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
너는 바닥만 훑고 다녔어야 했다.
너는 틈새만 스치듯 지나갔어야 했다.
이해는 한다.
너에게 날개가 있다는 걸 너는 갑자기 깨달았던 것이지.
너는 날개를 한번 펴보고 싶었던 것이지.
날개를 펴보니 날아보고 싶었던 것이지.
그래도 밝은 조명 아래 모든 시선을 다 받을 걸 알았다면,
그 시선들이 곱지 않다는 걸 알았다면,
너는 너의 비행에 조금 신중 했어야 한다.
너는 늘 어두운 곳을 좋아했으니,
너는 늘 시선이 없는 곳을 찾아다녔으니,
너의 습성에 맞게,
적어도 밝지 않을 때 날개를 폈어야 했다.
적어도 시선을 받지 않을 곳에서 날아올랐어야 했다.
너는 그랬어야 했다.
바퀴벌레가 날아오르는 걸 처음 본 나는 신기함을 느꼈다.
그렇지만 너를 살려둘 수는 없었다.
살충제를 손에 쥘 수 밖에 없었다.
너의 비행 괘적을 따라 살충제를 조준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살충제가 그렇게 강력할 줄은 몰랐다.
나는 한번의 발사로 네가 바닥에 나뒹굴 줄은 몰랐다.
나는 너의 갈색 날개가 그렇게 반짝일 줄은 몰랐다.
그리고
나는 너의 추락에 내 마음이 아플 줄은 몰랐다.
#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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