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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그레이

#392

by 갠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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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이 빠져나가 마음이 회색으로 될 때, 내 얼은 그레이가 된다.
그럴 때 마시는 게 얼그레이 같다.
홍차의 향기가 좋지만 텁텁함이 싫을 때,
커피의 구수함이 좋지만 씁쓸함이 싫을 때,
얼그레이의 홍차향과 약간의 구수함 그리고 시지 않은 신맛의 향긋함은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나뭇잎이 무사히 지면에 착지할 때 느끼는 안도감 같다.
그 안도감은 두려움에 떨며 여기저기 꼭꼭 숨어있을 얼들을 안심시키고 다시 따뜻한 마음 한 곳으로 모이도록 해준다.
그렇게 모인 얼들은 졸릴 때 커피로 강제소집 시킨 얼들과는 사뭇 다르다.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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