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4
뭉뚝해져서 쓰기 힘들어진 연필을 다시 뾰족하게 만드는 연필깍이.
연필은 자신을 새것처럼 만들어주는 연필깍이를 사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필깍이를 계속 만날수록 연필은 새것처럼 보여졌다.
하지만 연필은 점차 허탈해졌다.
연필깍이는 연필의 흔적으로 배불러 갔고 연필은 자꾸만 작아졌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작아질 대로 작아진 연필은 이제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연필깍이를 만났다.
연필깍이 앞에 선 연필.
연필은 그동안 새것처럼 만들어줘 고마웠다고 해야 할지, 작아진 자신을 보상해달라 해야 할지 마음이 복잡했다.
그 때 연필깍이가 모든 걸 다 알겠다는 투로 말했다.
"그게 너의 운명이야. 이 말을 해주는 건 나의 운명이고."
#fiction
ps.
연필은 화가 났다.
그래서 바다 건너 팀쿡을 찾아갔고 애플 펜슬로 재탄생했다.
인스타그램
http://www.instagram.com/gand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