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

#571

by 갠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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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삶의 파편들은 다 잊어버린 듯 살고 있지만 때때로 아무런 예고 없이 불쑥 날아든다.
랜덤하게 날아온 파편은 혼란을 남겨놓고 비웃듯 사라져버린다.
이럴 땐 그 모든 파편을 유적 발굴 하듯 모조리 파혜쳐 박물관에 맡겨 버리고만 싶다.
그러는 동안 세상은 또 저만치 앞서 가면서 쉴 틈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라고 외친다.
파편이 날아가며 남긴 스크래치는 따갑다.
하지만, 얄미운 세상의 외침에 신경쓰다 보면 어느 덧 그 따가움은 별일 아닌 게 되어 버린다.
그럴 때 거울을 보면 얼굴엔 전에 없던 작은 주름 하나가 새롭게 남아 있다.
그 주름이 반가워질 때, 날아온 파편이 사실은 나무를 키우기 위한 거름이었고 세상이 외치던 채찍질이 사실은 선택의 문제였음을 알게 된다.

#essay

ps.
아직 파편도 주름도 반갑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갑게 되리라는 걸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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