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
한 때는 돈 있는 집에서나 보았을 물건인데, 지금은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 그 때는 그거 없어도 사는 데 문제 없었는데, 지금은 그거 없으면 과연 살 수 있을까 싶다. 한 때 무척 유행하던 냉방병이라는 걸 걸리는 사람들은 이제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냉방에 적응해버린 것인지, 아니면 많이 틀지 못하게 하려고 만들어진 말인지 잘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오존층이 없어진다며 못 틀게 하고, 블랙아웃 된다고 못 틀게 했다. 왜 그리도 못 하게 하는 게 많았을까. 에어컨을 바라보니 자유로움이 조금 더 많아진 요즘이 참 좋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너무 많이 틀면 건강에 분명 도움되는 건 아닌 것 같고, 그거 안틀어도 잘 살아왔던 기억과, 그거 없이도 사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기에, 오늘은 틀지 말아야지 하며 집으로 온다. 바깥 더위의 흔적들을 씻어버리고 바닥에 앉았다. 그런데 바닥이 미지근하다. 살이 닿는 곳마다 열기가 느껴진다. 내 인내심은 금새 바닥나고 어느 새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리모컨을 찾아 헤맨다. 에어컨을 바라보니 참을 성이 조금 더 많았던 예전이 참 좋았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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