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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갠드무 Oct 27. 2017

운전을 하고 있었어

#705

운전을 하고 있었어
문자가 왔지
읽어달라고 했어
기계음의 목소리로 너는 내게
너는 내게
내게 해서는 안될 말을 했어
그때
그제서야
얻은 소중한 경험
그게 뭐냐면
눈 감고도 한다는 게 뭔지 알았다는 거지
눈 앞이 캄캄해지는
앞이 안보이는 것 같은
그 순간에도
손은 핸들을 제대로 잡고 있었고
가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
발은 정확히
너무도 정확히
폐달을 밟아줬지
그리고 손가락으로는
통화 버튼을 정확히 눌렀어
정말로 정확히
정확히 눌렀고
긴 연결음 끝에
기계음이 아닌 너의 목소리를 들었지
내 입에서 나온
나도 믿을 수 없는
허탈과 화가 섞인
불같고 연기같은
목소리로
너를 꾸짓으면서도
내 눈과
내 손과
내 발은
한치의 오차 없이
운전을 하고 있었어

운전을 하고 있었어

운전을 하고 있었어

#poetry #시


http://www.instagram.com/gand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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