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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갠드무 Nov 07. 2017

Blue

#716

A: 아침에 새로운 음악을 들었다.
귓가에 맴돌던 멜로디와 가사에 파래진 마음으로 창밖의 파란 하늘만 쳐다봤다.
그리고 지나가다 너를 보았다.
예전의 기억이 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너도 나를 본 것 같았는데 급히 고개를 돌리더라.
고개를 돌리지 않았더라면 나는 너와 반갑게 인사할 수 있었을까.
길을 걷는 내내 혹시라도 다시 마주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걸 나중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고민을 한다는 것 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고민에 빠졌었지만 그 고민을 여전히 끝내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본 건 너를 닮은 사람이었을 지도 모른다.
너를 닮은 사람을 보고도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게 된 건 다 아침에 들은 음악 때문이다.
그리고 난 또 이어폰을 귀에 꼽고 그 음악을 다시 듣는다.
끝내지 못한 고민을 끝내고 싶지 않아서.

B: 아침에 새로운 음악을 들었다.
귓가에 맴돌던 멜로디와 가사는 내 가슴을 파랗게 만들었다.
그래서 오늘 나설 때 파란 옷을 입었다.
마음 속이 파래진 걸 감추고 싶어서 밝은 파란색을 골랐다.
길을 나서는데 파란 발걸음으로 왠지 좀 더 걷고 싶었다.
한정거장 더 걷다가 내가 이상한 곳을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았고 그 순간 그를 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친 것 같았는데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파란 가슴이 더 파래지고 심장은 방망이질 쳤다.
그는 나를 알아보았을까. 알아보았다면 인사를 건냈을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면 일어났을 수 있는 일을 아쉬워한다는 걸 도착해서야 알았다.
그 때까지 그 생각에 빠져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생각의 결론도 끝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았지.
내가 본 건 그가 맞을까. 닮은 사람이었을까.
하지만, 나이 들어도 여전한 입꼬리와 조심스럽지만 당당한 발걸음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을 것이다.
오늘 파래진 마음을 계속 간직하고 싶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그 음악을 다시 듣는다.
끝내 나오지 않을 결론을 끝내 나오지 못하게 하려고.

#fiction #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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