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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갠드무 Feb 05. 2018

벽지 뒤에는 - #806

#806




벽지 뒤에는 무엇이 살고 있을까?
얇은 종이 같은 생물이 있다면 벽지 뒤에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 생물은 벽지 사이를 타고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낮 말과 밤 말을 다 듣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다 나가고 집이 텅 비어버릴 때 벽지를 타고 다니다가 흐물흐물 냉장고 속으로 들어가 배도 채우고 빼꼼이 기어나와 텔레비전을 보며 재미를 느낄지도 모른다.
그 생물과 대화할 수 있다면 IoT 같은 게 필요 없을 것 같다.
불 키고 세탁기 돌리고 청소하고 냉난방 준비를 하는 걸 부탁할 수 있을 테니까.
전기적 신호 보다는 생명과 생명 간의 소통이 더 좋을 테니까.
그 생물이 얇은 종이보다 두꺼워 이불 정도 된다면, 그리고 말이 통한다면, 잘 때 덮고 자면서 자장가를 불러주고 좋은 꿈을 전해줄 수도 있을 텐데.
처음에 낯설어 무서울 수 있겠지만 길들어지면 괜찮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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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에세이


http://www.instagram.com/gand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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