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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갠드무 Apr 10. 2018

#870




뛰쳐나가고 싶고 부숴버리고 싶고 지워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못하는 건 현실이라는 벽 때문이다.
벽.
벽이 문제일까, 벽이라 명명한 핑계가 문제일까.
벽은 핑계일 뿐이니, 핑계 뒤에 숨지 않고 앞으로 당당히 나오라는 류의 조언이 한 때 유행이었다.
그 조언들, 참 멋있다.
그 멋은 그냥 멋있을 뿐이다.
단지 그냥 멋있을 뿐인데, 별 것 아닌 것 같은 그 멋을 단념하기엔 아직 욕심이 많다.
멋으로 그 욕심을 채우려면 대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핑계와 대가의 저울에서 가벼운 것만 택한다.
가벼운 것을 택하지만, 물 먹은 빨래 마냥 가볍지가 않다.
그래서 또 뛰쳐나가고 싶고 부숴버리고 싶고 지워버리고 싶어진다.
이 무한반복은 테이프가 늘어나 더 들어줄 수 없을 때까지 계속될 것만 같은데, 요즘은 디지털로 스트리밍되는 음악을 듣는 세상이라 테이프가 늘어나는 식의 결말은 올 것 같지 않다.
여하튼, 뛰쳐나가고 싶고 부숴버리고 싶고 지워버리고 싶다.
길게 질질 끌며 이야기했는데, 한마디로 답답하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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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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