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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갠드무 Jun 02. 2018

자포스는 왜 버려진 도시로 갔는가

책리뷰



제목 : 자포스는 왜 버려진 도시로 갔는가

원제 : The kingdom of Happiness

작가 : 에이미 그로스


나는 이 책이 성공한 기업의 CEO가 낙후된 지역을 바람직하게 부활시키는 내용일 줄 알았다. 낙후된 지역의 사회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이 문제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흥미가 갔고 정말 충동적으로 덥석 결재하고 말았다.


읽어보고 나니 정말 문제작이 맞다.

뭐가 문제냐 하면, 안 읽히는 게 문제다.

끝까지 읽기가 정말 힘들었다.


왜?


등장 인물이 너무 많고 등장하는 장소도 너무 많다. (게다가 장소의 이름들이 너무 생소하다!)


하지만 이건 부차한 문제다.  

잘 읽히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글이 두서없이 진행 되었다는 것이다.

이 두서없는 글의 진행이 번역의 문제인지, 작가의 의도인지 잘 모르겠지만, 작가의 의도일 가능성이 더 크다.

책의 흐름이 이런 이유가 책의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



책의 가장 마지막에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하여 전형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고 작가가 밝히고 있다.

전형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게 무슨 의미였는지 먼저 알았다면 절대로 이 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나의 책 읽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지만...)


전형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는 건 어떤 것일까?

이 책에서 발췌한 부분을 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발췌한 부분을 보면 "골드 스파이크 바에 자포스 직원 두 명이 앉아 있었는데, 토니의 오른팔 역할을 하던 직원이 작가에게 말을 했고, 갑자기 그녀는 길 건너 노래방 경연에 심사위원으로 간다고 사과하고 일어섰다”는 내용이다.


토니의 오른팔 역할을 하던 직원이 그녀일까? 아니면 홀라크라시 실험 그룹에 속해 있던 사람이 토니의 오른팔 역할을 하던 직원일까? 그리고 노래방 경연에 심사위원으로 왜 가는 걸까? (토니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사람은 프레드 모슬러라는 인물이고 남자다.)


책 내내 이런 식으로 글이 진행된다. 시간의 흐름대로 글이 진행되는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작가의 회상이 섞여있다. 게다가 등장 인물을 이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작가가 그 순간 부르고 싶었던 명칭으로 명명한다. 뭐랄까, 작가의 의식 흐름대로 글이 전개된달까? 그냥 한 사람의 일기 같은 느낌이다. (타인의 일기는 흥미로운데 이건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내용을 파악하며 읽기가 정말 까다로웠다.  




읽기 어려웠다는 투정은 이쯤에서 멈추고 책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자포스는 온라인에서 신발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고객을 위한 다양한 정책(무료 반품, 구매 후 365일간 반품 가능)과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기업 문화로 유명한 회사다. 자포스의 CEO인 토니는 자포스의 독특한 문화를 행복을 전달하는 것이라 칭하며 <딜리버링 해피니스>라는 책을 발간한다. <딜리버링 해피니스>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행복은 토니를 대표하는 단어가 되었다. 토니는 라스베이거스의 다운타운 지역을 자포스의 기업 문화가 접목된 새로운 방식의 도시로 재건하려고 했다. 그래서, 일명 다운타운 프로젝트라는 것을 실행한다. 토니는 낙후된 지역의 부동산에 투자하고 신생 스타트업들을 이주시킨다. 토니는 다운타운으로 이주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혁신적인 무언가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토니의 이미지인 행복을 꿈꾸며 많은 스타트업들이 다운타운으로 이주했지만, 기대했던 행복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다운타운에서는 자살과 해고, 그리고 자발적 결별이 반복된다. 작가인 에이미 그로스 역시 토니에게 행복한 무언가를 기대하며 다운타운에 들어갔지만 실망만 한 채 토니와 결별한다.


결국 이 책은 자포스를 성공적으로 키운 CEO 토니의 다운타운 프로젝트 실패담이다.  


그럼, 왜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실패한 것일까?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니 아직 실패라 단정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토니가 의도했던 5년이라는 기간을 훌쩍 넘겨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토니의 목표에 대비하면 실패가 맞다.)


이유를 책에서 발췌한 부분과 같이 실었다.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다운타운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베이거스 테크 펀드(VTF)가 비전문가에 의하여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었다.  



또, 스타트업을 다운타운으로 이전시키기 위하여 전문적인 조사 없이 좋은 조건으로 마구잡이로 투자하였다.



그리고, 큰 매력이 없는 지역인 다운타운으로 이전한 스타트업들은 비교적 경쟁력이 낮았다. 그래서 큰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또, 이주한 스타트업들이 그들의 사업에 집중하기 보다는 커뮤니티 수익 활동에 집중하도록 유도했다. 결국, 사업에 집중이 떨어진 스타트업들은 도태되거나 다운타운을 떠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껏 언급한 문제들은 곁가지일 뿐이다. 다운타운 프로젝트 실패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며,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점이 있다.  

바로 그 유명한(?) 홀라크라시(Holacracy)다.  


홀라크라시? 나도 아직 이것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하는데, 대략 설명하자면 전통적인 직위 체계를 없애고 모두가 평등한 조직을 만든다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셀프 조직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실패와 홀라크라시가 어떤 관계인지는 정확히 나와있지는 않다. 하지만, 홀라크라시라는 정책을 도입하므로써 조직의 의사 소통이 불분명하게 되고, 매니저들이 자신의 업무 영역을 보호받기 위하여 충돌하는 등 혼란이 가중된 것은 분명하다.  


혼란이 가중되었다고 실패할까? 그렇지는 않다. 혼란스럽더라도 리더가 상황을 잘 중재하면 혼란은 가라앉고 프로젝트는 잘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홀라크라시를 도입하게 된 이유가 리더십의 부재를 감추기 위해서라면?  



홀라크라시는 셀프 조직화를 추구한다. 그리고 셀프 조직화라는 것은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즉, 리더가 필요없어도 되는 상황을 만들려고 한 것이다. CEO인 토니는 그저 행복이라고 포장된 그럴듯 한 비전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내부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책임지고 싶지 않은 것이다.



CEO인 토니가 이렇게 책임 회피 성향이었으니,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실패는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면 토니는 과거에 대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던 걸까? 그 해답은 동업하는 친구를 잘 만난 덕이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공명을 만나 승승장구할 수 있었듯이 토니는 앨프리드와 함께할 때에만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운타운 프로젝트에는 엘프리드가 없었다.  




이제 정리해보자.


자포스의 성공으로 행복의 대명사가 된 토니는 자신의 이미지만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아 도시 재건이라는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지가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고 토니라는 사람에게 실망한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참가자들은 하나 둘 토니 곁을 떠났다. 알고보니 토니의 성공은 능력있는 조력자 덕분에 가능했던 것 뿐이었다.  


이 책은 큰 기대를 품고 토니에게 접근했다가 토니에게 실망하고 무너지는 작가의 경험을 담고 있다. 책의 진행이 매우 작가 개인의 생각 흐름에 따르고 있어 읽기가 어렵다. 교훈이라면 "이미지에 속지 말자", "성공담은 좋게 꾸며져 있을 뿐이다" 정도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책리뷰 팟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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