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해에서 시작하는 안정화 작전
최근 정항래 전 예비역 육군 장군이 쓴 ‘333’이라는 책을 읽고 난 후, 미래전의 양상에 대해서 고민하던 나는 미래 육군의 주요 임무는 북한지역 안정화 작전이 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이와 함께 문득 베트남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과거 베트남전 당시 우리군이 파병되었고, 그 당시 우리군의 임무가 월남지역에서 활동하는 베트콩의 유격전에 대항하는 안정화 작전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따라 나는 월남파병 당시 사령관이었던 채명신 장군이 생각했던 베트남 전쟁이 궁금해져, 그 즉시 채명신 장군의 베트남전 회고록 ‘베트남 전쟁과 나’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우리군에 있어서 베트남전은 베트콩의 게릴라에 대응하는 안정화 작전의 성향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지역의 주민들과 동화하며 베트콩들의 활동을 억제하여 지역의 안정화를 유도하는 것이 우리군의 임무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는 채명신 장군의 생각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채명신 장군이 베트남전에 임하면서 많은 관심을 가진 것 중 하나는 모택동의 전략 전술이었다. 그 중 ‘물과 고기’의 상생관계에 큰 관심을 가졌다. 고기는 물이 없으면 죽는다. 고기가 게릴라라면 물은 인민이다. 이를 통해 그는 베트남에 가서 제일 먼저 할 과제를 결론 내린 것이다. 그는 베트콩과 양민을 분리시켜야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채명신 장군은 물과 고기를 분리시키기 위하여 베트남 주민들의 문화와 복지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특히 그는 ‘백 명의 베트콩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양민을 보호하라’는 정신에 입각하여 양민보호가 한국군의 기본전략임을 인식시켰다. 또한 주민들을 위한 의료지원을 실시하고 농사지원, 학교, 도로, 불교사당들을 보수해 줌으로써 한국군에 대한 신뢰와 의존도를 높이도록 하였다. 농업 등 중요한 생산지역의 주민을 우선 보호하며 베트콩에 대한 식량 및 기타 지원을 차단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채명신 장군은 중공 모택동의 ‘물과 고기와의 관계’의 게릴라 전략을 역이용하여 ‘물과 물고기’를 분리시킨 후 분리된 게릴라를 섬멸하려 한 것이다.
또한 채명신 장군은 전술적인 측면에서 ‘물과 고기’의 분리를 더욱 용이하게 하기위해 ‘중대전술기지’라는 개념을 시도하였다. 이는 최소전술단위인 중대가 전술책임지역에 퍼져 민간인 속에 있는 베트콩을 솎아내기 용이하게 하기위한 것이었다. 중대단위의 기지를 건설하여 그 지역의 민간인들과 더욱 접촉하여 베트남 주민들의 신뢰와 의존도를 더욱 높이려 한 것이다.
위와 같은 채명신 장군의 ‘물과 고기’를 분리시키기 위한 전략을 통해 나는 미래 북한지역에서 베트콩과 같은 북한군 잔적들의 소규모 게릴라전에 대비하여 안정화 작전을 시행해야 할 우리 육군이 어떠한 능력을 갖춰 놓아야 할지 생각해 보았다. 그 해답은 바로 우리 군이 지금부터 꾸준히 북한 주민들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이해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남과 북은 분단 이후 서로 다른 체제와 이념 속에서 거의 한 세기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비록 남과 북이 같은 민족이라고 하고 같은 언어를 쓴다고 하지만, 실제 그 문화와 살아가는 삶의 방식 등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군은 다가올 통일 이후 북한지역 안정화 작전 간 북한주민들의 신뢰와 의존도를 높이기 위하여 그들의 문화와 삶의 방식 등을 사전에 공부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과거 베트남전의 베트콩과 베트남 주민들을 분리했던 채명신 장군의 전략처럼, 미래 북한주민과 그 지역 출신의 북한군을 분리하여 그들을 소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채명신 장군의 베트남전 당시 시행했던 전략을 통해서 우리 군이 미래 실시할 북한지역 안정화 작전에 대비하여 준비해야 할 것들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 베트남전 당시 베트콩들은 그 지역의 지형을 이용하여 전투를 수행하였다. 특히 땅굴을 통해서 치고 달아나는 Hit & Run 전략을 구사하였다. 채명신 장군은 이에 대응하여 적을 공격하고, 없으면 색출될 때 까지 깔아뭉개는 Hit & Stay 전법으로 지구전을 각오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미래 북한에서 진행될 안정화 작전에서 우리가 어떤 생각으로 작전에 임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북한의 4대 군사노선에는 ‘전국토의 요새화’가 있다. 이를 통해 현재 북한은 자신들 지역에 많은 땅굴 요새를 구축해 놓았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차후 북한지역에서 진행할 안정화 작전에서 과거 베트남전 당시 채명신 장군이 각오했던 Hit & Stay 전법으로 지구전을 시행할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즉 우리군은 미래 북한지역에서 안정화 작전을 대비하여 지구전의 성향을 보이는 국지도발대비 작전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하여 우리군은 중대전술기지와 같은 전술기지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북한지역에서 그들의 땅굴과 같은 요새를 지속 소탕 및 확보 할 수 있는 전략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베트남전을 참전하였던 여러 군 선배 전우들의 숭고한 희생을 통하여 과거 우리군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또한 현재의 우리군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많은 교훈이 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군은 선배 전우들의 숭고한 희생을 헛되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희생을 통해 얻게 된 귀한 교훈으로 더욱 강력한 대한민국 군대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베트남전의 교훈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 외 나의 사고를 자극했던 내용들
국지도발대비 작전 요령
국지도발대비 작전 즉, 다수 아군으로 소수 적군을 섬멸할 때는 반드시 적 예상 퇴로에 사전 매복조를 배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퇴각하는 적을 섬멸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적에게 깊숙이 유도당해 적의 매복에 당할 수 있다.
채명신 장군은 말했다. “전쟁은 착오의 연속이다. 착오 없이 전투에 임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모든 방편을 강구해야 한다. 그것은 각급 지휘관의 꾸준한 노력으로 가능하다.” 베트남전 초기 아군은 지속적인 착오를 통해 아군 피해를 최소화 하고 적을 포획 및 사살하는 요령을 터득했다. 그것이 바로 야간 매복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평소에 실전과 같은 훈련을 통해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요령을 최대한 숙달해야 할 것이다.
무형전력의 중요성
전투 중 발생하는 부상병, 전사자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평소에 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다. 나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였다. 치열한 전투 속 부상자들과 사상자들을 챙기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일까 혹은 한명의 적이라도 더 죽이고, 살아남은 사람이라도 살아서 차후 전투력 보존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 것일까.
베트남전 당시 채명신 장군은 이런 판단을 하였다. “전우의 시체와 중상자를 데리고 오라. 병력이 부족하면 다 들어가도 좋다. 1개 분대가 전멸하면 1개 소대, 소대가 전멸하면 중대, 대대 모두가 들어가서 데려와라. 이역만리 전장에 와서 부상당한 전우의 시체를 적의 손에 넘겨 주고 오는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 그 결과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은 국군 포로와 실종자가 거의 없었다. 또한 부대원들은 서로를 더욱 믿는 끈끈한 전우애가 생겼다.
이를 통해 나는 무형 전력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서로가 믿는 신뢰가 전쟁의 큰 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거의 역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군의 리더로서 더욱 멀리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전쟁이 오로지 이성으로만 하는 것이 아닌 결국은 인간의 행위이기에 감성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헬기의 전략적 사용
베트남전 당시 고지를 향한 헬기 공중기동 이후 수색정찰을 통한 베트콩 소탕을 실시하였다. 이러한 헬기를 이용한 공중기동 수색작전은 매우 신속하고, 기습적인 장점이 있다.
그러나 헬기를 이용한 전략에는 큰 문제가 있다. 그것은 착륙지역의 안전확보를 위하여 그 지역 일대에 항공폭격이나 포병사격을 사전에 집중시켜 쑥대밭을 만든 다음 착륙하기 때문에, 적에게 기도가 노출되고 적으로 하여금 부대 착륙지역을 미리 알리는 결과가 되므로 문제점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