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향한 현실주의

정세현 회고록에서 배운 국제정치의 본질과 군인의 길

by 독불장군

정세현. 그는 김영삼 정권 통일부 차관부터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에는 통일부 장관이었던 인물이다. 즉, 그는 말 그대로 북한과의 협상가이다. 그런 그의 경험을 박인규 기자와의 대화를 통해 쓰인 책이 바로 ‘판문점의 협상가 정세현 회고록’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정세현’이 누군지 처음 알 수 있었다. 대단한 사람이다. 철저한 자신만의 대북 신념을 통해 통일이라는 민족의 숙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다. 어쩌면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을 산 사람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를 통해서 나 또한 군인으로서 통일에 대한 신념을 좀 더 가꿔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지금부터 내가 그를 통해 느꼈던 것 중 가장 컸던 주제인 국제정치의 본질과 통일을 위해 군인으로서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기록한다.

정세현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학창 시절 교수님께서 했던 말을 공직 생활 내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그 내용은 국제정치학을 배우고 가르치는 이유다. 분단국에서 국제정치학을 배우고 가르치는 이유는 하나다. 통일 문제 때문이다. 분단이 국제정치적 원인에 의해서 이뤄졌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는 데서도 국제정치적인 요소를 배제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즉, 통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제정치라는 분야를 공부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이는 내가 바라는 삶을 위해 국제정치라는 학문은 필수라는 생각을 명확히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함께 국제정치의 변하지 않는 본질을 되새겼다. 국제정치는 크게 현실주의와 자유주의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대부분의 국제정치 학자들은 현실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정세현 전 장관이 학부생일 때 받은 교육으로 현실주의를 강조한다. 나 또한 여러 도서를 통해 국제정치에서 현실주의의 중요성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국제정치의 세계에서 내 나라를 제외하면 모두 남이다. 특히 절대로 한국은 미국이 될 수 없고, 미국도 절대 한국이 되어주지 않는다. 착각하지 마라. 절대 바뀌지 않는 국제정치의 본질을 다시 깨닫고,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여기서 나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위와 같은 본질을 깨닫고, 나는 미국을 철저히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그 결과 나는 한미동맹에 의존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언제 어떻게 한미동맹이 파기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군인으로서 우리 군 자체적인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현재 미국과의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대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을 옆에 두고 그 능력을 우리 군이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군사력 발전을 위한 방법이다. 이를 간과하면 안 된다. 미국이 절대 한국이 되어주지 않기에 우리는 더욱 그들과 가까워져야 한다. 그들의 선진적인 무기, 선진적인 군사능력을 옆에서 적극적으로 배우고 이용해야 한다. 그것이 냉정한 국제정치 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이다.

나는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해 생각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시작전통제권이 미국에 있어, 작전권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토론을 진행한 아주 핫한 주제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뚜렷이 전시작전통제권을 우리나라가 빠르게 찾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혹자는 전시작전통제권을 우리가 가지게 되면,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은 미군의 선진 군사기술을 활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국제정치의 본질과 전시작전통제권을 우리가 가지게 되면서 얻게 되는 장점은 누군가의 지적을 무색하게 할 수 있다.

우리가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게 되면 크게 두 가지의 장점이 있다. 첫 번째는 우리 군의 작전 주도권 수준의 향상이고, 두 번째는 북한의 국지적인 도발 통제 가능성이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우리 군이 갖게 되면, 미군의 선진 군사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우리 군은 미군의 선진 군사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공부할 것이다. 또한 주도적이고 더욱 적극적으로 군의 작전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게 됨으로써 북한의 국지적 도발을 한층 더 억제할 수 있다. 그동안은 북한에서 위협을 가하더라도 미군이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를 관리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한반도에서 소규모 국지전이라도 벌어지는 게 부담이다. 그래서 ‘한방 맞고 끝내라’는 식으로 정리되곤 했다. 그러나 전시작전통제권이 돌아오면 북의 군사행동에 대해 우리가 독자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된 주한미군 사령관이 나중에 협조를 하건 안 하건 상관없이 ‘때려버릴’ 수 있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굉장히 겁나는 일이다.

물론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를 쓸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살상력이 재래식 무기에 비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무기다. 소규모 국지전에서 사용하기 힘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은 우리 군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책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전환과 함께 북한의 도발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경제상호의존성을 강조했다. 군사적으로 남북이 충돌할 가능성을 줄이는 확실한 방법은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키우는 것이다.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키우면 군사력을 쓸 수 없다. 군사력을 쓰면 당장에 북한 입장에서 볼 때는 손해가 막심한 일이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고 있는 시스템 자체를 깨는 것이니까. 우리도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커지면 아무리 미국이 사주해도 쉽게 군사력을 쓸 수 없다. 우리의 기회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 의존관계를 키워야 한다. 이처럼 상호의존성을 키우는 것으로 시작해서 연합의 형태로까지 발전시킨 유럽연합의 선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전쟁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상호의존성을 높인다. 이것이 'peace-making' 개념이다. 책에서는 이 개념을 통일부가 할 역할로 정의한다. 그렇다면 국방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것은 'peace-keeping'이다. 통일이 되는 날까지 평화 유지는 분명히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국방부는 없앨 수 없고, 통일이 되어서 남북 간의 군사적 적대감이 사라진다고 한들 한중간의 군사적 관계를 예측할 수 없고 또 일본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니 국방부는 영원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북한에는 두 얼굴이 있다. 한편으로는 군사적인 적이기 때문에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동포이기 때문에 그것과는 별개로 화합도 이뤄가야 한다. 통일부는 ‘peace-making'을 해나갈 테니, 국방부는 ’peace-keeping'을 하라. 통일은 튼튼한 안보 위에서 남북 간 화해협력을 추구해 나가야 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마치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가 북한과 통일을 하기 위해서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 것인가? 그것은 안보를 기초로 한 평화통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과 경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은 필수적이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은 결국 북한의 국지적인 도발을 억제하고, 평화분위기가 조성되게 할 강력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군인이기에 앞장서서 교류와 협력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나의 역할이 아니다. 그러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 중 몇 가지를 분명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그 방법을 마음 깊이 간직하여,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수호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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