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테러가 아닌 정치였던 의거

by 독불장군

‘하얼빈’은 중국의 한 도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대개 러시아의 도시로 기억이 되는 곳이다. 그 이유는 과거 안중근 의사의 거사가 이루어졌을 당시에는 러시아의 도시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의거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평소 안중근 의사를 존경하기에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국권이 피탈되게끔 앞장섰던 조선의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저격해 죽였다는 일반적으로 대중이 알고 있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러던 중 국방부 진중문고에 ‘하얼빈’이라는 제목의 김훈 작가 장편소설이 나온 것을 보게 되었다. 김훈 작가는 과거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칼의 노래』라는 역사소설을 집필한 작가이다. 그 책은 기자 출신인 김훈 작가가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대해 완벽하게 연구와 공부가 된 이후 집필한 책이었다. 『칼의 노래』는 그저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한 책이 아닌,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이순신이라는 인물의 감정선까지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한 책이었다. 나는 과거 그 책을 읽었을 때 문장 하나하나에서 느꼈던 강렬한 인상이 기억이 났다. 그 기억은 자연스럽게 나를 안중근이라는 인물에 대해 집필된 역사소설 『하얼빈』이라는 책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책에서는 전반적인 그 당시의 시대상황과 안중근이라는 인물에 대해 설명한다. 도입부에서는 1905년 을사늑약을 체결해 우리에게 외교권을 빼앗아간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이토가 대한제국의 황태자 이은을 일본에 데리고 간 이야기,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과 함께 부산과 개성을 여행한 이야기, 그리고 황해도 안악 안중근 의사의 고향에서 젊은 안중근이 가족, 형제, 마을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 등이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저격하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일본의 침략이 본격화되는 상황 속에서 이토에 대한 안중근 의사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분노감과 자신이 해야 될 일이 무엇인가를 처절하게 묘사한다. 이후 재판을 받는 과정을 통해 안중근이라는 인물과 당시 일본 재판부가 어떤 심정으로 재판에 임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기 전 나는 그저 무조건적인 반일감정을 동반한 채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안중근 의사가 어떠한 마음으로 거사에 임하였고, 그 속에서 어떤 깊은 목적이 있었는지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특히,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고 그 이후 재판의 모든 과정을 봤을 때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더욱더 존경하게 되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첫 번째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저격을 정치적으로 끌고 간 것이다. 이는 단순한 테러가 아닌 대한독립의 목적성을 갖고 실시한 것을 의미한다. 안중근 의사는 거사 이후 법정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죄악을 진술한다. 또한 본인의 신분을 한국 독립전쟁의 의병 참모중장으로 설명하며, 법정에는 전쟁의 포로로 나선 것임을 주장한다. 이를 통해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어떠한 개인의 살인행위가 아닌, 한국의 의병으로 본인의 행동을 통해 독립운동의 일부임을 말한 것이다. 즉, 한국과 일본의 전쟁이라는 국가 간의 문제로 만들었다. 이 부분이 안중근 의사가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널리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만약 당시 이토에 대한 저격이 단순히 개인의 살인행위가 됐다면 안중근 의사는 그저 파렴치한 살인범이 되었을 뿐 아니라, 일본은 이를 빌미로 당시 조선을 완전히 점령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중근 의사에게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다.

그렇게 안중근 의사는 한국의 참모중장으로 이토를 죽인 까닭을 국가적 정치적 목적성을 갖고 재판장에게 거침없이 발표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본인만의 확고한 대의와 신념을 갖고 있었다. 이 부분이 책을 읽고 안중근 의사를 더욱 대단하게 느끼고 존경하게 된 두 번째 이유다.

당시의 한국은 문명개화의 꿈에 매혹되었고 제국주의의 폭력에 짓밟혔다. 문명개화는 곧 서구화였고, 한국인이 수천 년 역사 속에서 이미 이룩한 문명은 개화의 대세에 합류할 수 없었다. 20세기 초의 한반도에서 과거는 미래를 감당할 힘을 상실했고 억압과 수탈을 위장한 문명개화는 약육강식의 쓰나미로 다가왔다. 안중근 의사는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있었다. 그의 대의는 ‘동양 평화’였고, 그가 확보한 물리력은 권총 한 자루였다. 실탄 일곱 발이 쟁여진 탄창 한 개 그리고 강제로 빌린 여비 백 루블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는 것이 동양의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단단한 믿음이 있었다. 그것이 그의 대의를 위한 거사를 성공으로 이끈 것이다. 그때 그의 나이는 그저 서른한 살이었다.

책을 읽기 전부터 안중근 의사가 위대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하얼빈』이라는 책을 접한 뒤 나는 안중근이라는 인물에 대해 더욱 심층적으로 알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그에 대해 무한한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빼앗긴 나라와 그로 인한 울분,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서 의거를 치렀던 여러 독립지사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이 어떤 심정으로 삶을 살고, 어떤 심정으로 의거를 치렀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다 읽은 후 책의 마지막장에서 작가 김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안중근을 그의 시대 안에 가두어놓을 수는 없다. ‘무직’이며 ‘포수’인 안중근은 약육강식 하는 인간세계의 운명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고 있다. 안중근은 말하고 또 말한다. 안중근의 총은 그의 말과 다르지 않다.”


어쩌면 무직이며 포수인 안중근 의사는 아직도 그의 말을 전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하게 된다. 안중근의 대의는 후세에 목청껏 소리치지 않더라도 그가 몸과 총과 입으로 이미 다 말했고, 지금도 말하고 있다. 우리는 그의 고귀한 대의를 잊지 않고 관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선조들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 우리 모두 무직이며 포수 그리고 또 의사가 되어 과거부터 이어지는 대의를 마음깊이 간직해 나가야 할 것을 강조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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