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증명』을 통해 다시 묻는 진정한 사랑
처음 책을 읽을 때, 나는 책이 스릴러라고 생각했다. 사람을 먹고 있는 담의 마음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느 신파처럼 아주 사랑한 남자친구에 대한 사랑이 뒤틀려 그를 살해하고 잡아먹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면서, 그리고 다 읽고 나서 나의 생각은 완전히 잘못되었다. 책은 스릴러가 아닌 진정한 로맨스라고 생각했다. 구와 담의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책에서 구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입체적이었다. 매우 불쌍하게 느껴졌지만, 매우 부럽게도 느껴졌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모님에게 원치 않는 빚을 물려받는다. 그 빚은 그의 삶을 완전히 빼앗아갔다. 그리고 결국 그를 죽게 한 원인이 된다. 그는 평생을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빚에 허덕이며 살았다. 매우 열심히 살았지만 그 빚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런 그가 매우 불쌍했다. 구는 돈에 잡아먹혔다.
구가 죽고 난 뒤 담은 구를 찾아낸다. 이후 집에서 그를 잡아먹는다. 담은 교통사고로 노아와, 병으로 이모와, 돈으로 구와 완전히 이별하게 된다. 담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홀로 남겨지게 된다. 어쩌면 담은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담은 구를 먹는다. 구는 본인이 사랑했던, 본인을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담에게 잡아먹힌다. 이 점이 내가 구를 부럽다고 생각한 부분이다. 담은 구를 진정으로 사랑했고, 구도 담을 진정으로 사랑했다. 구는 사랑에 잡아먹혔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구를 고통스럽게 잡아먹고 있는 담을 바라보는 죽은 구의 영혼 시점이 나온다. 구는 담을 보며 담이 영원히 살아가기를 바란다. 죽은 구의 영혼은 담의 곁에 있다. 그들이 언젠가 다시 또 다른 존재로 태어나 서로를 사랑할지 모르지만, 구는 지금 담의 곁에 있음에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그렇기에 구는 언제까지고 담을 곁에서 기다릴 것이다. 구는 담을 진정으로 사랑하니깐.
진정한 사랑이 과연 무엇일까?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깊게 생각했던 주제이다. 진짜 사랑이 무엇일까. 플라톤의 사랑에는 네 가지가 있다. 육체적, 도덕적, 정신적 그리고 무조건적이다. 구와 담은 서로에게 무조건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들 사이의 알 수 없는 운명의 실이 엮여있다고 서로 생각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들은 살아가면서 언제나 서로를 그리워하고 좋아하고 생각했다. 항상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서로를 걱정하고 서로를 질투했다. 그들의 사랑은 무조건적이었다.
책의 초반부 이모의 돈을 훔치는 담과, 이를 같이 훔치려는 구를 말리는 담의 모습이 나온다. 구는 담이 이모의 바지에서 돈을 훔치는 것을 바라만 보았다. 나쁜 짓이라는 것을 알고도 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구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담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구가 담 이모의 바지에서 돈을 훔친다. 담은 그런 구의 모습을 보고 하지 말라고 그런다. 그러면서 돈을 도로 집어넣는다. 내가 나쁜 짓을 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마음이다. 구와 담은 서로가 나쁜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 같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 아닐까? 글을 마치며, 구와 담을 통해 느낀 사랑을 언젠가 나도 해보고 싶다. 어떠한 조건 없이 언제나 걱정하고 생각하고 질투하는 그런 사랑을. 나의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무조건적인 그런 사랑을.
*본즈 앤 올 : 마지막 사랑하는 매런에게 자신을 먹어달라고 하는 리의 모습을 보며 구와 담의 모습이 조금 생각났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자 하는 것은 다 같은 마음일까? 진정한 사랑을 하면 모두 그러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일까? 구의 증명을 읽고 난 생각처럼 정말 언젠가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흥미로운 표현
ㅇ나는 여기 있고 너도 여기 있는데, 나는 여기 없고 너도 여기 없다.
-담이 그리운 구의 마음을 표현하는 문장 같다.
82 이 세계에 굵은 금이 가는 소리 =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
노아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표현한 문장이다. 이 세계에 굵은 금이 가는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와, 그 금을 넘어 멀리 떨어져 나가는 노아의 모습이다.
93 노아의 죽음 후 복잡한 본인의 심정을 보여주는 구의 마음
- 담이를 만나고 싶은데, 담이를 보고 싶지 않다...
- 노아의 죽음을 목격한 그날의 경험 이후 담과 마주하기 어려워하는 구의 모습. 본능적으로 담이를 만나고 싶어 하지만, 담을 만나면 노아의 죽음이 생각날 것 같아 만나기 주저하는 모습.
173 아이는 물건에도 인격을 부여하지만 어른은 인간도 물건 취급한다.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문장인 것 같다. 무엇이 우리의 동심을 앗아가는 것일까? 철없어 보일 수 있지만, 언젠가는 동심을 추억하며 살아가보고 싶다.
175 구는 길바닥에서 죽었다. 무엇이 구를 죽였는가. 나는 사람이길 원하는가.
- 자본주의 사회가 죽인 구를 본 담. 자본주의 사회를 증오하여 사람이길 포기하는 담.
184~186 죽은 구가 자신을 먹는 담을 보며 한 생각
과연 진정한 사랑은 무엇일까?
죽은 구의 영혼은 담의 곁에 있다. 그들이 언젠가 다시 또 다른 존재로 태어나 서로를 사랑할지 모르지만, 구는 지금 담의 곁에 있음에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그렇기에 구는 언제까지고 담을 곁에서 기다릴 것이다. 구는 담을 진정으로 사랑하니깐.
*검은색 원 : 구의 시선 / 흰색 원 : 담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