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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May 28. 2017

그 바다에서 내가 본 것은?

# 바다에서 나는 삶과 죽음의 다르지 않음을 보았다.

협재에서 바라본 천년의 섬 비양도

파도가 밀려온다.

밀려온 파도는 또다시 밀려간다.

무엇이 오는 것이고, 무엇이 가는 것인가?

모두가 찰나의 순간, 그 순간은 인식하고자 하는 순간 이미 죽음으로 남아있다.

시간의 중첩,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게 하고, 그 존재에는 죽음이 내포되어 있다.


구엄리

실재하지 않는 것을 실재하게 하는 것,

아무것도 없음에서 창조된 것은 아닌, 그러나 있음도 아닌 것에서 창조된 것이므로 존재와 비존재의 중첩.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므로, 믿음이요, 그래서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본다.

그 보이지 않는 존재란, 곧 신이다.

신은 죽음과 맞닿아있고, 신은 죽었으므로 부활하였다.

그러므로 삶과 죽음, 죽음과 부활은 이질적 타자가 아니라 같음의 다른 이름이다.


구엄리바다


덤덤했다.

단지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죽음을 봐왔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했으므로 나는 더욱더 덤덤하게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호흡을 거칠게 몰아쉬셨을 때에 나는 감사했다.

그리고 죽음과 삶은 다르지 않은 하나임을 알았다.

경계가 사라진 것이다.
그 경계를 넘자 아버님은 먼저 경계를 넘어가신 어머니를 만난 것이다.

경계 없음.....'무언가'라는 것이 없음.


구엄리바다


그 바다에서 내가 본 것은 무엇일까?

내가 본 것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으며,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이 단 하나의 죽음의 표상으로 남아있다.

남아있다는 것은 존재했었다는 것이니 존재하는 것도 보지 못하는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존재와 존재물의 다름 혹은 다르지 않음?

삶과 죽음이 그렇듯이 존재인 것인가? 여전히 존재물이어야만 하는가?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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