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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Dec 04. 2017

내 소관 밖의 것을 바라지 말라

#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할 수 없는 것 구분하기


사진가는 뷰파인더로 세상을 바라보고, 뷰파인더에 보이는 만큼만 사진으로 담는다. 

아니, 보이는 만큼만 한 장의 사진이 된다. 만일, 보이지 않는 곳이 담기는 카메라가 있다면(1:1 바디가 아니면 약간의 오차는 있지만) 사진작가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의도가 배제된 사진이라면 작가의 사진이 아니라 카메라의 사진이기 때문이다. 보이는 만큼만 담길 것, 그래서 뷰파인더라는 제한된 공간에 어떤 찰나의 순간을 담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작가의 눈에 따라 사진의 가치도 달라진다. 


세상사에도 내 소관에 속하는 것이 있고, 내 소관 밖에 있는 것이 있다. 

이것을 잘 구분하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다. 내 소관 밖에 있는 것을 내 소관대로 하고자 하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더 나아가 세상과 신을 원망하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일상에서는 남을 비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본능적으로 내 소관이 아닌 것이 더 커 보이기 마련이므로 허탄한 욕심을 품게 된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라는 말은 허튼 말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이는 순간부터 자신이 가진 떡의 가치는 작아진다는 것이다. 떡의 가치가 작아져서가 아니라, 자신의 욕심이 자기가 소유한 가치를 쓸모없는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내 것과 남의 것, 즉 내 소관에 속한 것과 내 소관 밖에 있는 것을 잘 구분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때 우리는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할지 알 수 있으며,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하지 않을 수 있으며, 얻을 수 없는 것을 얻고자 삶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것, 내 소관이 아닌 것을 탐하지 말라. 


누군가가 가진 것, 그것은 적당하게 노력해서 주어진 것이 아님을 또한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좋아 보인다면, 껍데기밖에 보지 못한 것임을 자각하라. 그 사람의 소관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감사하게도 세상에는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많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들과 노력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일로 좌절하지 말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몰입하라. 그러면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이다. 내 소관 밖에 있는 일을 놓아버리라. 그 일은 그 일대로 흘러갈 것이다.


카메라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므로 내 소관이 아니다.

그러나 카메라를 소유하는 순간부터 그 카메라는 나의 소관이 된다. 내가 담고자 하는 것들을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소유의 순간이 바뀌는 때부터, 카메라는 만든 자의 소관에서 벗어나 나의 소관의 의해 작동하게 된 것이다.


만일, 잘 사용하던 카메라가 고장이 난다면?

그것은 나의 소관이 아니다. 단지, 내 소관에 속하는 것은 그것을 고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며, 고쳐질 것인지 아닌지도 나의 소관은 아닌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훈련을 통해서 나를 힘겹게 하는 수많은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내 소관과 나의 소관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지혜를 품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은 내 소관에 속한 일이다. 


#본 글에 사용된 내용의 기초는 에픽테토스의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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