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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Jan 06. 2018

겨울이 품은 봄

#겨울 숲에서 봄을 보며 돌탑에 담긴 소망을 보다

돌탑-청평사 가는 길


겨울이 깊다.

대한이가 놀러 왔다가 얼어 죽었다는 소한, 2018년의 소한은 봄날 같이 햇살이 따스했다.
겨울 숲은 깊은 겨울에 머물러있지 않았다.

버들강아지와 생강나무와 오리나무는 봄을 준비하고 있었고, 얼어붙은 계곡 얼음장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는 이미 봄을 예견하듯 힘찼다.


돌탑


타자가 추방된 시대를 살아간다고 한다. 

그런 시대는 겨울과도 같은 시대 이리라.


"좋아요!"만 남아버린 시대는 더는 타자로 인해 갈등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타자로부터의 억압보다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공격이 우울증 형태로 나타난다고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타자의 추방>이라는 책에서 밝힌다.


경험의 본질은 고통이다.
그러나 같은 것은 고통을 주지 않는다.
오늘날 고통은 같은 것을 지속시키는 '좋아요'에 밀려난다.
-한병철의 책 <타인의 추방> p.11


그런데 나는 돌탑에서 전혀 낯선 타자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그리하여 봄이다.

나는 그들의 소망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의 소망을 소망한다. 그것은 곧 나의 소망이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따스해진다.


돌탑


돌탑을 쌓으며 비는 소망들은 무엇이었을까?

로또 당첨 같은 허망한 꿈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대부분 가족건강과 무탈과 수고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 것이었으리라. 자녀들의 결혼과 출산과 부모의 건강과 행복.... 이런 소박한 소망들이었을 터이다. 그냥, 이 땅에서 살아가고자 할 때에 기본이 되는 것들 말이다.


소망을 듣고 소망에 빛을 비추는 분이 이러한 소박한 소망에는 토 달지 말고 이뤄주시길 바랄 뿐이다. 


돌탑


누군가의 소망 위에 또 하나의 작은 소망이 쌓이고 또 쌓인다.

누군가의 소망이 무너지지 말라고 작은 소망들로 틈을 메워줌으로 자신들의 소망도 지켜간다.

이렇게 돌탑은 타자를 추방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시켜 줌으로써 우리를 새로운 가능성으로 인도한다.


그것이 숲의 힘이요,
타자로서 절대자의 힘일 터이다.

돌탑


단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저 마다 다르다. 그 다른 것들이 더불어 하나의 돌탑을 이루고, 서로 다른 돌탑들이 모여 소망의 숲을 이룬다.


나 아닌 타자,
 나와 달라서 때론 '아니오!'하며 갈등하고, 
그 갈등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관계성....
이런 것들은 이제 사치인가?


여기 숲에 쌓인 돌탑은 그것이 사치가 아니라고 말한다.

나무들을 본다.

그들은 겨울 숲에서 봄을 품고 있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나무요, 풀이요, 꽃이니까.


청평사의 풍경


보이지 않는 바람이 풍경을 스친다.

보이지 않는 소리가 귓가에 은은하게 들려온다.

소리에 바람을 느끼지 몸은 깨어난다.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그렇게 겨울 숲으로부터 봄은 오고 있었다.


#본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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