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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Jun 23. 2018

다육식물에 대한 오해

# 비밀정원의 화분에서 천천히, 느릿느릿 자라는 것들

다육식물

생명력이 강하고 세심하게 보살피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진 '다육식물' 몇 점을 올봄에 화원에서 사 왔다.

너무 천천히 자라서 말로는 느릿느릿, 천천히를 달고 살지만(그래서 이 정도다), 성질 급한 내가 키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듯하여 미뤘던 식물군이다.


그런데 다육식물 화원에 들러서 만난 앙증맞은 것들, 게다가 가격은 왜 그리도 싼 지 포트 하나에 500원도 안 되는 세 개에 천 원이었다. 이름도 다 있지만, 다육식물의 세계로 들어갈 여력이 없을 것 같아 미안하지만 그냥 '다육식물'이라 이름 불러주며 키우기로 했다.


다육식물

그런데 천천히 자라는듯하면서도 하루하루 그들의 모양이 달라지는 것이 보인다. 살펴본바로 그들은 다른 식물과 비교해 보아도 천천히 자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물을 안 줘도 잘 자란다는 것도 틀린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하루에 물을 두 번씩 흠뻑 준다. 얼마나 통통한지, 한 달은 물을 안 줘도 죽지 않을 것 같다.


다육식물은 물을 자주 주지 말아야 하는 식물이 아니라 다른 식물보다 배수에 신경을 조금 더 써야 하는 식물일 뿐이었다. 아무리 물을 좋아하는 식물도 배수가 되지 않으면 뿌리가 썩는다. 그러니까 결론은 물을 안 줘도 사는 식물이 아니라 배수에 각별히 신경을 써줘야 하는 식물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햇볕을 좋아한다는 것인데, 어느 식물이라고 햇볕을 좋아하지 않겠는가? 다육식물이 다른 식물보다 햇볕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나 뙤약볕은 좋아하지 않는다. 뙤약볕에서도 넉넉하게 자라지만, 다른 식물처럼 아침햇살이 비추는 곳, 낮에는 적당히 그늘이 있는 곳을 좋아한다.


다육식물


비교해 보니 그랬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이파리 하나가 한 개체로 독립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떨어진 이파리에서 무슨 혹 같은 것이 생기나 싶었는데 그것은 애기다육이(?)였다. 욕심에 이파리를 많이 따서 화분에 흩뿌리고 뿌리 빨리 내리라고 물을 자주 주었더니만 다 물러버렸다. 이파리는 그냥 흙에 던져두고 무관심한 것이 상책인 듯싶었다. 작은 이파리들이 새싹 같이 피워 올리는 애기다육이, 이러면 다육식물을 업으로 삼는 분들의 영업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올라온다.



그러더니만 이렇게 꽃도 폈다.

꽃을 피웠다는 것은 그래도 살만하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꽃대가 올라오고, 꽃몽우리가 맺히고, 활짝 피기까진 거의 한 달이 걸린 것 같다. 실내가 아니고 실외였기 때문에 더 늦었는지는 모르겠으니 꽃을 피우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꽃이 피면 또 오래간다.


또 피어나려고 꽃망울을 한껏 올리고 있는 것들도 있다.

어떤 꽃이 필지 기대가 된다. 


다육식물을 올봄부터 키우기 시작했으니 겨우 4개월 남짓된다. 그러니 아직 그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지난 4개월, 매일매일 그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그들에 대한 오해 몇 가지를 씻어냈다.



선인장의 가시가 꽃처럼 보인다. 이것도 다육식물의 일종이다.


첫째, 그들도 물을 좋아한다. 단, 배수가 잘되어야 한다.

둘째, 햇볕을 좋아하지만 다른 식물처럼 아침햇살처럼 부드러운 햇살을 좋아한다.

셋째, 다른 식물과 견주어 보아도 자라는 속도가 느리지는 않다.

넷째, 약간의 무관심인 듯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그들을 바라보는 것은 아주 좋다.

다섯째, 값이 비싸지 않다. 물론, 비싼 것은 비싸지만 다른 식물도 다르지 않다.


그래도 결론은 천천히 느릿느릿 자란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아침에 바라보면 그들의 모습은 어제와는 완연하게 다른 모습으로 불쑥 자라 있다.

참 매력 있는 식물이다.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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