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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Jul 03. 2018

장맛비 잠시 쉬어갈 무렵

# 비밀정원에서 맞이한 아침 풍경


나의 비밀정원은 은밀하고 내밀한 곳은 아니다.

그러나 끝내 '비밀'인 이유는, 감추어진 비밀은 보는 이들로 인해서만 폭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밀정원이지만, 누구는 보고 누구는 보지 못한다.  


지루한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이른 아침, 오랜만에 눈부신 햇살이 비추자 풀잎에 영롱하게 맺힌 이슬방울이 빛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는 말이 진실임을 본다.

언제 저 작은 곤충이 내 삶 안중에나 있었을 것이며, 오늘 안중에 있다고 또 내일도 그러할 것인가? 

그런 점에서 오늘, 지금 여기서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는 가에 따라서 어제도 내일도 달라지는 것이다. 어제 아무리 잘 살았더라도 오늘을 못 살면 어제의 삶은 오히려 치욕일 터이고, 오늘을 잘 살면 고난으로 점철된 어제라도 자랑스러운 디딤돌이 되는 것이리라.



비밀정원에 찾아온 불청객들이 있었다.

수액을 빨아먹음으로 식물을 고사시키는 고약한 놈들이었기에 참지 못하고 살충제를 뿌렸다. 그것이 과해 이파리들이 타버린 것들도 있었고, 토란도 그중 하나였다. 그들과 나누고 살아도 충분한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들이다.


그리고 며칠 뒤, 타버린 잎들을 뒤로하고 그들은 보란 듯이 다시 살아났다.

이것이 초록 생명의 힘이니 초록 생명을 바라보는 이들에게도 이 기운이 전해지면서 살아갈 에너지를 얻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은 빛난다.

모두가 별이요, 빛이다.

너도 나도 그리고 그 누구라도 빛나는 것, 별 같은 것들을 품고 있다.

빛나는 삶을 가리는 악마적인 것들은 우리를 유혹하며, 삶의 진실을 왜곡한다. 

맘몬의 세상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살아가게 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한 우리의 빛나는 삶은 차단을 당할 수밖에 없다.



장맛비 잠시 쉬어가는 시간,

아직 비이슬이 남아있는 시간, 부지런한 거미들이 제 집의 이슬방울을 분주하게 털어내며 하루를 맞이하는 시간에 비밀정원에서 만난 풍경들은 오롯이 나에게만 주어진 신의 선물이었다. 그런 점에서 '비밀정원'이다.


언제부턴가,

비 오는 날은 비가 와서 좋고, 햇살 맑은 날은 햇살이 맑아서 좋고, 바람 부는 날은 바람이 불어서 좋고, 바람이 잠자는 날은 호수가 잔잔해서 좋았다.


어차피 그것은 내 소관도 아니고 나는 단지 그것을 맞이할 수밖에 없으니 내 마음을 지키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라고 생각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오늘 아침, 비가 그친 덕분에 비밀정원에서 하루를 열어갈 수 있음이 감사하다.


비밀정원의 내밀하고 은밀한 모습을 나눈다.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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