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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Jun 03. 2018

6월, 여름꽃들이 피어나다

#비밀정원에서 만난 6월의 꽃들

제랴늄

꼭 6월의 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요즘 들어 화분에서 가장 활달하게 피어나는 꽃이다.
향이 남달라서 해충이 싫어하는 식물이다.


지난겨울, 햇살도 잘 들지 않는 곳에서 추위에 얼어 죽지 않도록 지키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리고 봄이 되어 더는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지 않을 즈음에 그냥 밖에 내놓았다. 

밤에는 많이 추웠을 터이나 얼어 죽지는 않았다. 


강하게 자랐고, 

강하게 자란 만큼 줄기며 이파리며 꽃이며 모두 나무랄 곳 없이 예쁘게 피어났다.


원예종 달개비


나의 관심대상이긴 하지만, 그래서 마디가 꺾이는 아픔을 많이 겪었다.

줄기를 뚝뚝 잘라서 심어도 뿌리가 내리고 한 개체가 되므로, 개체수를 늘리려는 내 욕심 때문에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 아픔 덕분에 수없이 많이 퍼졌다.


달개비꽃이 필 계절을 조금 더 남은듯하지만, 아픔을 겪으면서 마음이 급해졌는가?

조석으로 보라색 꽃을 피워 기쁨을 준다.


패랭이


석죽과의 꽃 패랭이, 비밀 정원에서 온 겨울을 나고 뿌리를 내린 친구다.

고맙다.

왜 석죽과의 꽃인 줄 알았다.

줄기가 마치 대나무 같다.

문득, 대나무에도 이런 꽃이 핀다면 참으로 황홀할 것 같다. 

물론, 대나무는 꽃이 예쁘지 않아 이파리가 더 아름다운 꽃이긴 하지만 말이다.


산수국


산수국은 봄에 줄기를 잘라 땅에 꽂아도 뿌리를 내려 독립 개체가 된다.

참으로 강인한 꽃이다.

제주도 중산간 지역에서 산수국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았다. 

토양마다 꽃의 색깔이 다르게 피어나는데 그곳은 꽃 색깔은 신비스러운 청색이었다.

헛꽃과 참꽃이 어우러진 산수국,

그리고 비록 헛꽃이지만 추운 겨울날에도 여전히 꽃대에 남아있는 마른 헛꽃, 헛꽃이 참꽃이었다.


헛꽃과 참꽃의 경계를 헐어버린 꽃이었던 것이다.

얼가리배춧꽃


오늘 소개할 마지막 꽃이다.

봄에 비밀 정원에 얼갈이 배추 씨를 뿌렸다.

두어 차례 솎아 먹었을 때, 우박이 심하게 내리면서 비 오는 날이 잦았다.

비밀정원의 채소는 속절없이 녹아내렸고, 볼품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애써 가꾼 것이라 초록잎 한 장이 소중했다. 모두 뽑아서 지인들과 나눴다. 그런데 '모두'일 수는 없었고, 몇몇 남은 것들이 꽃을 피웠다.


생명의 신비로움, 강인함....

차마 난 그 꽃 마저 뽑아낼 수 없었다. 그냥, 둘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살아가게 할 것이다.



비밀 정원에 피어난 6월의 꽃들, 그런데 그들의 삶 속에 우리네 인간들이 살아야 할 삶이 들어있다.

추위를 견디고, 아픔을 견딘 것들, 헛꽃이건 참꽃이건 그저 자신을 피워내는 데 열중하는 것들, 친구들 다 뽑혀나가도 결국은 살아남아 꽃을 피우는 것들...


무슨 말을 더 보탤 수 있단 말인가?



#이 글에 사용된 사진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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