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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May 02. 2018

산앵도

# 솎아야 풍성해지는 비밀을 체득하다

얼가리 배추와 산앵도 꽃

비밀 정원의 처음 속도는 느릿느릿 이었으나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마치 짧은 봄날에 모든 것을 다 이루고 여름을 맞이하겠다는 듯이 달려가고 있으니 비밀 정원의 속도를 따라잡기가 버거워진다.


씨앗을 뿌리고 일주일여를 기다리자 새싹이 올라왔다.

또 일주일을 기다리가 솎아 먹기에는 조금 작은 정도로 자랐고, 두어 소쿠리 솎아내어 나누고 나니 하루 이틀 만에 물김치를 해 먹어도 좋을 만큼 자랐다. 비밀 정원에 있는 얼갈이배추와 무와 상추와 겨자 이야기다.


상추
얼가리배추
겨자


해가 질 무렵 솎아내고, 물을 흠뻑 준다.

텃밭도 그렇지만 화분의 경우에도 낮에 물을 주면 금방 물이 마르면서 땅이 딱딱해진다. 그러므로 물을 줄 때에는 흐린 날이나 해가 질 무렵에 흠뻑 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물을 준후, 다음 날 아침에 보면 빽빽할 때에는 못 자랐던 이파리들이 기지개를 활짝 펴고 자라나 있다.


솎아 먹은 만큼 또 자란 것이다.

비밀 정원에 속해있는 작은 밭이지만, 혼자서 이 많은 양을 다 먹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우리 식구 먹을 만큼만 솎아내다가는 너무 빽빽해서 제대로 자랄 수가 없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이웃과 나누는 것이다.


나는 나눠서 좋고, 이웃은 받아서 좋고, 채소는 잘 자라서 좋고.....

쌈으로 먹기 좋은 크기의 얼가리 배추와 무


두어 소쿠리 분량을 했는데, 작은 싹이라 뿌리까지 전부 먹는다.

식탁에 오르기까지 다듬는 과정은 잔뿌리에 붙은 검불 같은 것들을 떼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얼갈이배추나 무와 겨자는 뿌리가 잘지 않아 그리 어렵지 않지만, 상추는 워낙 잔뿌리가 많아서 손이 많이 간다.


아내는 이런 상황이 그리 기쁘지 않은가 보다.


"어머니 생전에 솎아오시면 다듬느라 무척 고생했는데, 어머니가 안 계시니까 이제 대를 이어 남편이 그러네?"


물론, 행복한 투정이다.


비밀 정원의 작은 텃밭에서 야채를 솎아 내려오는 길,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작은 꽃나무가 철쭉나무 아래에서 힘겹게 자라 연분홍 꽃을 피웠다. 산앵도라는 꽃, 그러니까 철쭉들 사이에서 산앵도가 힘겹게 생존투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생존투쟁이라는 말은 어쩌면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일지도 모르겠다.

설령, 죽어간다고 해도 자연은 생존투쟁이 아니라 '더불어 삶'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기꺼이 자기의 자리가 아니면 죽음도 불사하는 자연, 그것을 우리는 투쟁이라고 불러야만 할까?


비밀정원 이야기, 제목은 산앵도지만 산앵도 이야기보다는 새싹 이야기다.


# 이 글에 나오는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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