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김민수의 '소소한 풍경'
씨앗은 작다.
그러나 그 작은 씨앗 하나에는 온 우주가 들어있다.
온전한 생명이 들어있다.
저마다 작은 꿈들이 가득 들어 살아 숨쉬기에 씨앗이요, 그래서 씨앗은 생명이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의 실상을 보는 것이다.
씨앗을 통해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씨앗은 그냥 싹트지 않는다.
싹을 틔우기 전에 '저온처리'를 해야만 한다.
'꽃눈 처리'라고도 하는데 영하의 기온에서 최소한 보름 이상을 보내야만 하는 것이다.
혹한의 추위 속에서 얼어 터지지 않으려면 목마름, 갈증의 시간도 견뎌내야만 한다.
이렇게 고난의 과정을 겪은 씨앗만이 제대로 열매 맺을 수 있는 새싹을 틔울 수 있다.
씨앗은 연약해 보이지만 결코 연약하지 않다.
그 이유는 그들에게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자 하는 꿈, 그것은 온갖 시련을 견디게 한다.
견딜 만큼 견디다 좌절되기도 하지만 그들이 스스로 포기한 적은 없다.
그들은 마침내 꽃을 피운다.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일 터이다.
그러나 그들은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몇몇 꽃들은 먼저 떨어져 남은 꽃들을 응원하고, 남은 꽃들은 그들의 응원에 힘입어 그들의 몫까지 피워낸다.
만약, 떨어진 꽃이 없었더라면 고만고만 열매를 맺었겠지만 생명을 품은 씨앗을 맺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씨앗은 저마다 꿈을 꾼다.
온 우주를 품은 씨앗이 있을 뿐이다.
바람과 햇살과 비와 구름과 그 모든 것을 품고 씨앗을 꿈을 꾼다.
때론 척박한 곳에 싹을 틔우고 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진하고 더 진한 향기를 품는다.
비록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면 볼품없지만, 그들은 비교하지 않고 피어난다.
그들의 꿈속에는 비교라는 단어가 없다.
그래서 그들의 삶도 그렇다.
그저 무심하게 자기를 피워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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