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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May 24. 2019

철 따라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시크릿가든에서 만난 꽃

으아리

나의 작은 비밀정원 '시크릿가든'엔 꽃들이 한창 피어나고 있다.

계절의 여왕 5월, 그 끝자락에 피어나는 꽃 중 백미는 '으아리'다.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는 계절에 마치 하얀 눈이 초록의 이파리에 점점이 내린 듯 으아리는 피어난다.

큰으아리도 예쁘지만, 그냥 작은 꽃을 피우는 으아리를 나는 더 좋아한다.


으아리


꽃으로 보이는 부분은 사실 꽃받침이다.

연한 녹색의 세로줄은 꽃받침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뼈대의 역할을 한다.

단단한 뼈가 아니더라도 그 정도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충분히 지탱해 줄 수 있다.

피어난 꽃들과 피어날 꽃들이 어울림은 오로지 일등만 살아남는 세상에 경종을 울린다.


"먼저 될 수도 있고 나중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작약

한동안 작약과 목단의 차이를 잘 몰랐다.

작약은 뿌리만 남고 다 사라져서 동면을 한 후, 봄에 싹을 틔워 꽃을 피운다. 이에 반해 목단은 나무줄기 같은 것들이 남아 겨울을 내고, 단단한 줄기에서 새순이 올라와 꽃을 피운단다.


이른 봄, 싹을 낸 목단에 작은 꽃망울이 맺혔다.

과연, 꽃을 피울 수 있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작은 꽃망울이었는데 어느새 탐스러운 꽃을 연다.

막 꽃을 열던 그 아침,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참으로 황홀했다.


"꽃 한 송이 피어나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라 기적이다."


붓꽃


맨 처음 꽃몽우리가 피어날 때, 영락없는 붓이 모양을 하고 있는 붓꽃이 피어났다.

몇 날 며칠을 하늘을 화선지 삼아 그리고 또 그려서 완성한 꽃, 그러나 그 꽃의 완성은 열매가 맺히기까지 쉬지 않는다.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하루가 다르게 그들은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

피어남을 통해서 때론 시듦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기록한다.


문득, 오늘 내 삶은 기록하기에 부끄러움이 없는지 돌아본다.


엉겅퀴


오일장 구경을 나갔더니만 할머니 한 분이 보랏빛 엉겅퀴꽃을 한 바구니 따와서 좌판에 내어놓았다.


"할머니, 이거 엉겅퀴 아닌가요? 어떻게 먹나요?"

"효소 담가서 먹으면 몸에 좋아."


그냥 보기만 해도 예쁜 꽃이다.

우리 곁에서 피어나는 꽃들은 모두 우리에게 이로움을 주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독초'라고 규정한 것들조차도 우리가 그 쓰임새를 모를 뿐이고, 인간의 관점일 뿐이다.


"모든 꽃은 존재의 이유가 있어 피고 지는 것이다."


꽃만 그럴까?

사람도 다르지 않을 터이다.


아로니아
큰꽃으아리


이렇게 많은 꽃들이 피어나는 계절, 꽃밭에 앉아서 나는 나의 삶을 반추한다.

나는 내 삶을 제대로 피워내고 있는 중인가?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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