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Secret Garde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수 Apr 24. 2019

이슬 중에서 가장 맑은 이슬

# 일액 현상이 만든 이슬

아침, 보리싹이 만든 맑은 이슬방울


혹시

'이슬'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풀 잎에 맺힌 이슬은 다 같은 이슬처럼 보이지만, 사실 저마다 다릅니다. 무엇이 다르냐고요?


하늘에서 살포시 풀숲에 내려앉은 이슬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 온 뒤 풀숲에 내린 비이슬이 있을 것이고, 추운 겨울 서리가 아침 햇살에 녹으면서 만든 이슬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아주 추운 겨울날 땅 속의 열기로 올라온 수증기가 얼어 얼음 형태의 이슬이 맺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이슬로 '일액 현상'으로 만들어지는 이슬입니다.

보리싹과 이슬


일액 현상이란, 

식물이 제 몸에 필요 없는 물을 배출하는 현상 말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소변보기'라고 할까요?

물론, 식물은 제 몸의 찌꺼기를 배출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가 많이 온 다음 날이나 이슬이 많이 내린 촉촉한 아침, 풀잎을 보면 일액 현상에 의해 맺힌 이슬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잎맥마다 숨구멍이 있는데, 그 작은 구멍으로 몸 안에 필요 이상의 물을 배출하는 것입니다. 


매발톱 이파리


매발톱,

그들의 제 몸속에 남아도는 물을 실핏줄처럼 이어진 이파리의 맥을 따라 내어놓습니다.

마치 작은 실개천과 이어지는 냇물, 냇물과 이어진 계곡과 강으로 바다로 이어지는 물줄기를 보는 듯합니다.


그들이라고 가뭄을 타지 않는 것 아닙니다. 목마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여기, 이 순간에 필요하지 않다면 내일을 위해 저장하지 않고 비웁니다.

내일에 저당 잡혀 살지 않고, 지금 여기에만 집중할 뿐입니다.


 

매발톱의 새순


인간은,

오지도 않은 미래에 오늘을 저당 잡히며 살아가는 것을 당연히 여깁니다.

이미 충분한데도 비울 줄 모르고 쌓아둡니다. 그것이 재력이 되고, 권력이 되지만, 그 끝은 어디일까요?


식물이 제 몸의 필요 없는 물을 열심히 내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필요 이상의 물을 품고 있으면 뿌리가 썩습니다. 뿌리가 썩으면? 그의 삶도 끝이지요.


그렇다면 소유하는 인간의 삶의 양식의 끝은 무엇일까요?

긍정적이길 희망하지만, 그것은 희망일 뿐 우리의 현실은 지금껏 살아온 삶의 방식으로 인해 당하는 현실적인 고통들로 알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 플라스틱 쓰레기뿐 아니라 저급한 정치인과 사이비 종교인...


현호색 - 비이슬과 일액 현상으로 만든 이슬을 간직하고 있다.


이슬 중에서 가장 맑은 이슬,

저는 단연 제 몸에서 내어놓은 이슬, 일액 현상에 의해 만들어진 이슬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염된 물이 강물을 따라 흘러가며 정화되듯, 저 뿌리에서 잎맥을 타고 오는 중 그들은 정화됩니다.

게다가 작고 오래가지 않으므로 잎에 머물러 있는 그 시간은 오염되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입니다.

그래서 그 여느 이슬보다도 투명하게 세상을 담습니다.


씀바귀 이파리에 맺힌 이슬 속에 새겨진 들꽃 개망초


작은 이슬,

그러나 그들은 그 작은 이슬방울 속에 온 우주를 담을 수 있습니다.

작은 이슬을 가만 바라보면, 그 작은 이슬 속에 나무도 산도 바다도 구름도 하늘도 다 담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작지만, 넓은 품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넓은 품은 물론 맑음에서 오는 것이고요.


소유하는 것, 그것은 우리를 자유하게 하지 못합니다.
끊임없이 비우는 것, 그것만이 우리를 살릴 수 있습니다.


비 온 뒤 맺힌 이슬, 그 이슬방울을 바라보며 멋지고 아름답게 사는 삶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의 몸을 깨우는 봄나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