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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Jun 28. 2019

시편 묵상 - 시편 6편

한없이 연약해진 인생의 탄식과 기도


시편사색 

주님 진노하지 말아주소서 무서운 책망 멈추어 주소서

연약한 이 인생 불쌍히 여기사 쇠약한 이 몸 고쳐주소서

죽음의 땅에서 누가 주님 기억하리이까?

근심이 쌓이니 눈은 흐려지고 거듭된 굴욕으로 뼈는 무너납니다.


개역성경

여호와여 내가 수척하였사오니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여호와여 나의 뼈가 떨리오니 나를 고치소서

내가 탄식함으로 피곤하여 밤마다 눈물로 내 침상을 띄우며 내 요를 적시나이다.


메시지

뼈와 영혼까지 두들겨 맞아

얼룩덜룩 멍든 내 모습 보이지 않으십니까?

하나님, 언제까지 보고만 있으시렵니까?

하나님, 이제 나서서 이 싸움을 끝장내 주소서.

나를 조금이라도 아끼신다면, 이 궁지에서 건져주소서.

내가 죽어, 주께 좋을 게 뭐 있겠습니까?

I’m no good to you dead, am I?


시편 6편은 한없이 연약해진 인생의 탄식과 기도다.

시인은 주님의 자비한 손길을 구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마치 가위눌린 것과도 같은 상황, 피하고 싶고 무언가 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 속에 처한 시인. 그는 항변한다.


만일, 내가 죽는다면, 내가 당신을 찬양할 수 없을 것입니다.
죽음의 땅에서는 주님을 찬양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나를 구해주소서.


시인의 고통으로 말미암은 탄식으로 흘린 눈물이 자신의 침상을 띄울 지경이라고 한다. 시인의 눈물은 음식을 먹는 것 같은 수준을 넘어선다. 자신의 고통이 자신을 익사시킬 것 같은 고통의 심연 속에서 시인은 탄원한다. 그러나 시인은 불평의 심연으로 빠져들어 가지 않는다. 오히려 “당신을 찬양하고 싶다!”라고 하면서 공을 하나님께로 넘긴다. 여전히 찬양받으시고 싶다면 자신을 구원해 달라는 것이다. 고난의 순간에도, 하나님을 찬양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는 변하지 않는다. 이제 그 의지를 지지해 줄지 아닌지는 시인의 의지가 아니다. 단지 시인은 그가 구원해 주시길 바랄 뿐이다.


시인은 악한 자들로부터 뼈와 영혼까지 두들겨 맞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면서도 신앙을 지켜왔다. 그런데 이제는 한계상황에 처했다. 이제 하나님이 개입하지 않으면 시인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한계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런데 이 시의 반전은 여기에 있다.

시인의 실패는 곧 하나님의 실패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시인이 악을 행하는 자들의 손에 의해 실패하게 되면, 결국 하나님이 부끄러움을 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는 다윗의 시로 <참회의 시>에 속하는 노래다.

‘이런 방식의 참회’가 선뜻 이해되는가? 

본문을 돌아보면 다윗은 자신이 당하는 고통의 원인을 ‘악한 자’에게 두지 않는다. 악한 자가 자신을 괴롭히기는 하지만, 자신의 죄에 대해 하나님께서 분노하시면 징계를 당할 수밖에 없음을 안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롬 3:10)’의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니 이 시는 당신이 당하는 고통의 근저에 자신의 죄가 있음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인은 죄인임에도 여전히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으며 찬양하길 바란다. 죄를 인식하는 것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자기의 죄를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은 화살을 바깥으로만 돌린다. 그런 점에서 이 탄원시는 ‘원수를 적시하고 그들에게 벌을 주십시오!’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기도다. 


“내 죄가 그 모든 원인입니다.
그러나 원수들을 통해서 저를 죽이지 마시고
하나님을 찬양할 길을 열어주십시오.”


한없이 연약해진 인생의 탄식에도 이 시를 통해서 희망을 본다.


인간 없는 신을 상상해 보라. 찬양할 이가 없는 신, 그분이 존재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당신은, 하나님을 찬양하고자 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지에만 관심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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