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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Jul 02. 2019

시편묵상 10편

시편 10편 – 숨바꼭질하시는 하나님


시편 사색 

겸손한 이의 청을 주님 들으신다네, 위로하사 그 마음 견고케 하시네

억울한 누명을 풀어주시고 그들의 권리 찾아주시네

인생들아! 함부로 힘 부리지 말지니라(17~18)


개역성경

여호와여 어찌하여 멀리 서시며 어찌하여 환난 때에 숨으시나이까?(1)

여호와여 주는 겸손한 자의 소원 들으셨으니

그들의 마음을 준비하시며 귀를 기울여 들으시고(17)

     

메시지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외면하십니까?

주님이 필요한데 어디 계십니까?(1)

Where are you when I need you?

주께서 가련한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시니,

저들의 희미한 맥박이 약동하고

절망에 빠진 이들의 심장이 붉은 피를 뿜어 올립니다.(17)


시인은 하나님을 찾는다.


환난 속에서 자신을 도와줄 하나님을 찾는다.

악한 자들이 하나님이 없다고 말하며, 자신들의 흥함을 자랑하고, 하나님을 찾는 자들을 비웃는다. 


그것이 끝인가?

마치 끝난 것처럼 보인다.

악한 자들은 우물 안 개구리 같아서 우물 밖의 하늘과 바람과 나무와 꽃과 냇물을 보았다는 이들을 비웃는다. 그 비웃음이 사실인 냥,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다.


시편 10편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숨바꼭질하시는 하나님’을 떠올렸다.

숨바꼭질의 목적은 아주 숨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숨바꼭질의 목적은 술래에게 실마리를 줌으로써 결국은 술래가 찾는 기쁨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시인은 어디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가?


밖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내면에서 찾는다.

자신의 겸손과 가련함, 하나님은 가련한 자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분이 아니시다.

악한 현실에도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간직하고 의지하는 이들은 겸손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다. 악한 자들의 눈에는 가련해 보이고, 하릴없어 보인다. 그리하여 비웃는다. 하나님을 찾는 이들은 더욱더 가련한 위치로 전락한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다.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그 소리에 화답하듯 옷자락을 보여주고, 머리카락을 보여주고,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헛기침으로 술래에게 자신이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암시한다. 숨바꼭질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일 것이다. 실마리를 발견한 그 순간의 기쁨, 그러나 그가 얼굴을 완전히 드러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의 짜릿함을. 그리고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술래가 기둥으로 삼았던 그곳으로 함께 달려간다. 그리고 숨바꼭질은 이어진다. 어머니가 밥 먹으러 오라고 부를 때까지, 해가 뉘엿거릴 무렵까지.


환난의 때에, 악한 자들이 득세하는 때에는 마치 하나님이 우리를 외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나님의 침묵’이다. 

그러나 이 침묵의 시간에도 여전히 하나님을 의지하는 이들은 절망하지 않는다. 

침묵 이후의 결과를 알기 때문이며, 그 침묵의 상황에도 하나님은 실마리를 보여주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숨바꼭질하시는 분이시다.
술래가 어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실마리를 주시는 분이시다.
하나님 앞에서 사람 앞에서 겸손한 자들에게, 악한 자들에게 무고함을 당하는 이들에게, 불의한 일 앞에서 하나님의 침묵에 마음 아파하는 모든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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