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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Sep 12. 2019

시편묵상 - 시편25편

자신을 용서하라


시편사색 

진실로 주님을 바라는 이는 수치를 당하지 않을 것이며

간사한 저 무리들은 끝내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3).

주님은 경건한 이와 친밀하셔서 당신의 진리 맛들이게 하시네(14)


개역성경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주께 의지하였사오니

나를 부끄럽지 않게 하시고

나의 원수들이 나를 이겨 개가를 부르지 못하게 하소서(2)


메시지

하나님, 주님의 명성을 위해서라도

나의 죄악된 삶을 용서해 주소서.

이 몸, 참으로 악하게 살았습니다(11).

Keep up your reputation, GOD;

Forgive my bad life; It’s been a very bad life.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두 가지는 죄를 안 짓고 사는 일과 용서하는 일이라고 한다.


특히 용서는 타인을 위해서 하는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용서는 자신을 위한 것이며, 

타인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더는 자신을 마음대로 휘젓게 하지 못하게 하는 방편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타인을 용서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지만, 자신을 용서하는 일은 더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예수는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하신 것이다.

네 이웃을 사랑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이웃을 사랑한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그런데 ‘용서’에 관해서는 “다 용서할 수 있는데 나는 용서가 안 돼!”가 자기에 대해 엄격한 잣대로 칭송되기도 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자신을 자신이 용서하지 않으면 누구한테 용서를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안타깝게도 자신이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면 예수도 용서할 수 없다.


성경에서 예수를 판 가룟 유다가 그 실제적인 예다. 예수는 정작 십자가에 돌아가시면서 그를 용서하시는 기도를 드렸는데, 그는 예수를 판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서 자살한다.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서 구원의 삶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시편 25편은 다윗의 시인데, 위급한 상황에서 쓰인 시가 아니다.

평온한 때에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니 회개할 것이 너무 많다. 

충직한 제자의 아내를 범하고 그 남편을 죽인 일을 위시해서 말로 다할 수 없는 부끄러운 죄를 기억한다.

회개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죄를 짓은 순간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었음을 기억하면서 용서를 구한다. 


그러므로
시편 25편의 회개기도는 자신의 죄 탓에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구하는 기도다. 
이렇게 용서를 구하면서 자신의 죄를 스스로 용서하지 못한다면 이 기도는 가식의 기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기도는 자신을 용서하는 기도이기도 한 것이다.


<시편사색>의 해석이 재미있다.

유교적 사유에서 仁義(인의)는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이고, 군자가 마땅히 힘쓸 바이다. 그래서 이를 修身(수신)의 근원으로 여기는데 오경웅은 인의의 근원이 하나님이심을 말하고 있다(시편사색 p.152). 인의의 결과는 克己復禮(극기복례), 자기를 이겨 예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기를 이겨 예로 돌아가는 것’은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겠다. 

그러므로 이것은 곧 회심이요, 자신을 용서함으로 상처 받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자신을 용서하는 삶을 통해서 더는 원수들에게 수치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11). 

또한, 자신의 회개기도를 들으시고 용서해주실 하나님에 대한 신뢰는 그의 삶을 승리로 이끌 것이다(2).

 회개하는 이가 고백하는 죄 된 삶을 용서해 주시어, 

그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하신다면 그를 통해 하나님은 명성을 얻을 것(11)이다. 

이렇게 <시편사색>과 <개역성경>과 <메시지>의 해석은 연결된다.


자신을 용서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위대한 삶을 살아간 이들은 그 쉽지 않은 강을 건넜다. 

그들처럼 위대한 사람이 되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도 자신을 용서하며 살아가는데, 

평범한 우리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아등바등 살아가면서 자신의 상처를 헤집어

더 크게 만들며 살아갈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자신을 용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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