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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Nov 28. 2019

어머니의 손

# 거친  손에 대한 단상

#손

어머니의 손이 주름져 아름답다.
주름진 깊은 골마다 새겨진 삶의 흔적에는
생명 살리는 맑은 물이 흐른다.
이젠,
그 아름다운 따스하고 거친 손을 만질 수 없다.
살아계실 적에
한 번이라도 더 잡아드릴걸...


나의 손은 어머니의 손도 닮고 아버지의 손도 닮았다.

아버지는 농사꾼이셨고, 

어머니도 평생 농사일을 도우셨으므로 젊은 시절 어머니 손은 늘 풀 때로 새까맣고,

아버지는 작두날에 베어 엄지손가락이 조금 짧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꼴 베러 다녔고, 

어느 날 풀숲 유리병에 낫이 튀면서 왼쪽 손가락을 쳤다.

지금도 그 흉터는 남았고, 나는 그 날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러니 내 손도 고울 리가 없다.


낫으로 댓살을 깎아 연을 만들고, 부엌칼로 연필을 깎고, 썰매를 만들고....

손을 혹사시킨 결과 손으로 하는 일은 자신이 있었다.


나의 손


농사를 짓진 않았지만, 나도 어머니와 아버지처럼 풀 때 묻은 손일 때가 잦았다.

먹을거리를 내 손으로 직접 길러 먹는 일, 그것은 신성한 노동이라 생각했기에 흙이 있으면 그곳에 뭔가를 심었다.



나의 손


가끔은 기타도 친다.

아무튼 내 손은 못생겼지만, 여느 보통의 손보다는 조금 날렵하고 하는 일도 많다.

재주 많은 손을 가졌다고 친구들은 부러워하지만, 가끔은 '무재주가 상팔자'라는 말도 떠오를 정도로 손은 혹사당한다.


그러나 어머니와 아버지의 손에 비하면 내 손은 여리기만 하다.


나의 손

손, 예쁜 손이 예쁘다.

그런 손이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거친 손이 더 예쁘다.


산수유와 청춘의 손


노동자의 손


안동에서 만난 할머니의 손


제주에서 만난 할머니의 손


강원도에서 만난 노부부의 손


고사리 아들과 딸과 나의 손

문득 손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이유,

겨울은 깊어가고 손은 시린데, 그 시린 손 잡아줄 어머니의 따스한 손이 없기 때문이다.

살아생전 한 번이라도 더 잡아드릴 걸...

그리고

아버지도 살아생전 한 번이라도 더 잡아드릴 것을 그냥 그렇게 어머니 품에 안겨드렸다.


못생긴 손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며, 꿈결 같은 상상으로 부모님의 손을 더듬어본다.

따/스/하/다.



생명줄, 밧줄을 꽉 잡은 손, 그 손은 생명을 살리고 이어가는 거룩한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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