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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Dec 04. 2019

동백 피어나는 계절에

# 낙화한 동백처럼 아름다운 당신

                                                                                                                                                                                                                                              

동백이 핀다.

이제 막 피어나는데 나는 동백의 낙화를 상상한다.

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동백은 떨어진 꽃이 가장 아름답다.

동백은 소나무와 함께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나무다.

엄동설한에 피어나는 꽃, 사철 변함없이 푸른 나뭇잎, 

추위가 심할수록 이파리는 빛나고 꽃은 더 아름다워진다.

이런 동백의 마음을 닮고자, 

500년 전 기묘사화 때 전남 나주로 피신한 선비들이

<금사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뜰에 동백을 심었다고 전해진다.

요즘, 금사정 뜰 동백은 붉은 꽃을 피울 터이다.

나는 낙화한 동백을 보면, 

가장 아름다운 청년의 때에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떠올린다. 

동백도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댕강댕강 모가지 잘리듯 떨어지고,

예수도 가장 아름다운 청년의 때, 서른세 살의 나이에 십자가에 못 박혔으니 동백꽃 같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삶을 놓아버린 그분,

그분을 따르겠다는 이들이 차고 넘치는 시대를 살아간다.

그런데,

자신이 이해한 예수, 자기가 보고 싶은 예수만 투영하여 기형의 예수를 만들어 버렸다.

예수의 이름으로 예수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까닭이다.
그분의 삶은 비움, 나눔의 삶이었고 그리하여 '텅 빈 충만'이었다.


하나, 그를 따른다는 이들은 채움, 소유의 삶을 축복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비우고 나누라고, 

그 젊은 예수가 가르치고 산대로 살아야 한다고 설교하는 교회는 텅 비어 간다.

그러나

온갖 맘몬의 욕심을 채우는 것, 소유의 삶을 축복이라고 설교하는 교회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렇게 가득 채워진, 

인간의 욕심으로 가득 채워진 곳에서 예수는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길을 오른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의 못 박힌 손과 창 박힌 허리에서는 동백꽃보다 더 진한 붉은 피가 흐르고,

예수는 동백꽃처럼 고개를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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