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존중한다
사람들은 고단한 삶을 피하고 싶어 한다.
조금 더 편한 길, 조금 더 넉넉한 형편, 조금 더 빠른 성공을 바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삶은 그러지 못한다.
고단한 삶은 누군가에게 벌처럼 주어진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스며드는 삶의 또 다른 이름이다.
고단함은 실패가 아니라,
버티며 살아가는 이들의 증표다.
나는 갯벌에서 일하던 어머니의 뒷모습을 기억한다.
그녀는 매일같이 새벽 어스름 속에 집을 나섰고,
진흙과 바람, 짠내와 해를 마주하며 하루를 보냈다.
돌아오는 길엔 어김없이 고무장화를 신은 채였고,
굽은 허리엔 바구니 하나가 들려 있었다.
무언가를 따듯,
주웠듯,
지고 오듯,
그 바구니는 단지 조개나 해산물만을 담은 것이 아니었다.
그 속엔 식구들의 끼니,
묵묵한 책임,
그리고 말없이 감내한 하루의 무게가 함께 담겨 있었다.
어머니는 머리에 늘 두건을 썼다.
분홍색 천에 꽃무늬가 수놓인 두건은 햇살을 막고,
비바람을 견디는 실용적인 도구였지만, 나에게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그것은 어머니가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자신을 지워내지 않으려는 의지,
땀과 흙 사이에서도 작게 피어난 자기존중의 표식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고된 삶’을 부끄러운 것으로 여긴다.
더 높이 오르지 못한 사람,
더 많이 갖지 못한 사람,
더 크게 이룩하지 못한 사람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고단한 삶이야말로 가장 숭고한 삶이다.
그것은 세상을 유지하는 힘이고,
삶을 지탱하는 뿌리이며,
눈부시지는 않지만 세상을 따뜻하게 데우는 불씨 같은 것이다.
고단한 삶은 늘 조용하다.
크게 말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으며,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매일의 삶을 다녀오는 것으로 족하고,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안엔 오래된 기도처럼 축적된 인내와 희망이 있다.
세상의 수많은
어머니들,
아버지들,
이른 새벽부터 몸을 일으켜 하루를 일구는 이들,
굽은 허리로 시장 좌판을 지키는 사람들,
거리 청소를 하고,
돌봄의 현장에서 밤을 새우는 이들이 모두 그러하다.
그들은 크고 화려한 이름을 가지지 않았지만,
그들의 이름으로 세상은 버티고 있다.
나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존경한다.
그들이 말없이 살아온 시간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역사이며,
그들이 흘린 땀방울이야말로 가장 값진 헌신이다.
그들의 삶을 단지 ‘희생’이라는 말로 가두고 싶지 않다.
그것은 생존을 넘어선 ‘존엄’이고, 고통 속에서도 지켜낸 ‘아름다움’이며, 외면하지 않은 ‘책임’이기 때문이다.
고단한 삶을 외면하지 말자.
그것은 감추거나 지워야 할 무늬가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문양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평범한 일상은 누군가의 고단한 삶 위에 놓여 있다.
지금도 누군가는 말없이 그 삶을 이어가고 있다.
삶은 언제나 쉽지 않다.
그러나 누군가는 매일을 살아내고 있고, 그 버티는 하루하루가 바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