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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Jan 27. 2016

낙화한 동백의 아름다움

#34 김민수의 '소소한 풍경 이야기'

광양

아직은 이른 것일까?

동백꽃이 피었다는 소식은 들려오는데 아직 낙화한 동백의 절경 소식은 미미하다.

혹한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무슨 꽃 타령도 부족해서 낙화한 꽃까지 기대를 하는가 싶다.


하지만 내게,
동백은 피어날 때에도 아름답지만, 떨어진 후에 더 아름다운 꽃이다.


제주도


아름다운 순간은 누구나 붙잡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동백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놓아버림으로써 더 가슴 절절한 아름다운 순간을 이어간다.


시들어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떨어져서도 여전히 피어나고자 함 이리라.




가장 아름다운 순간,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떨어져 버린 수많은 삶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삶들은 역사를 바꿨으며 여전히 빛나고 있으니 그들의 삶은  아팠을지언정 피어나지 못한 삶이라 할 수 있겠는가?


제주도


물론 떨어진 동백이라고 다 예쁜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점점 흙의 빛깔을 닮아가고, 흙이 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또한 그들의 예쁜 빛이 다하는 시절에도 여전히 아름답다.

그들을 통해서 인생의 순리를 보고, 누구라도 저렇게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임을 각인하게 되는 것이다.


죽음을 인식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뿐 아니라 타인의 삶에 대해 겸손할 수 있다.


양평
강진
제주
수선화 줄기에 겨울비 맺히고 비이슬에 동백맺히다
동백의 낙화와 비이슬


떨어진 동백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왜 유독 떨어진 동백에 더 많은 눈길을 주는가?


아픔에 대한 동병상련일지도 모르겠다.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이니까.
아픈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더 큰 아픔을 겪었던 사람이며, 그 사람은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지 않아도
아픈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 주니까.


강진 다산초당 가는 길
동백은 겹꽃보다는 홑꽃이 예쁘다


한파로 피었던 동백이 얼었다.

그러나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몽우리가 더 많으므로 또다시 동백을 피어날 것이고, 동백의 낙화도 시작될 것이다. 올해는 제대로 동백나무 아래서 떨어진 동백을 위한 진혼곡을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노래는 결국 나를 위한 노래겠지만.



#이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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