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nalogu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수 Feb 03. 2016

작은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36 김민수의 '소소한 풍경 이야기'

이슬방울에 새겨진 꽃


작은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것이 큰 것이 되는 시작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자체로 아름답다.

이슬방울이 모여 바다가 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냥 이슬방울이니까 아름다운 것이다.


지금 여기서 아름다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이슬을 좋아한다.

동글동글 모나지 않아서 좋고, 맑아서 좋다.

아름다운 순간이 길지 않아 애틋해서 더 정이 간다.

만일, 언제든지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것이었더라면 지금보다 덜 좋아했을 것이다.


거미줄에 맺힌 이슬방울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그것으로 인해 삶이 무너질 수도 있다.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언제 가는 그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긴 것들로 인해 열매를 거둘 수 있다.




우리 삶은 우연히 살아지게 되는 것이 아니다.

운이 좋아서 혹은 운이 나빠서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왔는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


작은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아이들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아름답고 소중하다.

그가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 때문에 아이들이 귀엽고 소중한 것이 아니다.

그냥 아이들이니까 예쁜 것이다.




누구에게나 때가 있다.

아이들 때에는 아이처럼 살아야 예쁘고, 어른이 되어서는 어른처럼 살아야 아름답다.

우리의 삶 어느 때이건 누구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

그것은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으로부터 온다고 나는 믿는다.


잔디의 솜털에 맺힌 이슬


작은 것을 보는 눈을 가진 이들은 더 작은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뜨인다.

눈이 뜨이는 기적이란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욕심에 눈이 멀어서 큰 것만 추구하기 때문이요, 작은 것을 소홀히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큰 것, 한탕주의를 진리처럼 가르치지만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신 있게 "여기다!"라고 호언장담하지만, 사실 자신도 그 길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하여 불안한 나머지 그 불안감을 덜어줄 동료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이다. 자신도 들어가지 못하고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이다.


이슬


작은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온 우주의 섭리들이 더불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슬 한 방울이 맺히기 위해서 작용해야 하는 삼라만상의 더불어 삶, 그것은 말로 다할 수 없는 신비다.




때론 거대한 군상들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질 때가 있다.

그때 나를 가만히 바라보며 그들과 같지 않음으로 인해 좌절하지 말고, 여전히 그 작은 내 안에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결코, 좌절할 필요가 없는 대단한 존재가 내 안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저 잘난 맛에 살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은 절대로 나쁜 것이 아니다. 그냥, 자기대로 살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이들은 작은 것들을 허투루 여기지 않는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이슬


오늘은 입춘이다.

이미 피어난 꽃들이 봄을 재촉하고 있다.

그들은 작지만, 그들로부터 겨울을 이기는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작아서 아름답지 않은가?
누가 저 작은 이슬방울이 바다가 아니라고 아름답지 않다고 할 수 있는가?
그냥
작은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 땀 한 땀 이뤄지는 것이 삶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