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와 하나가 만나는 일은 숫자적인 둘이 아니다.
강원도 산골의 봄은 늦다.
이 사진을 담은 시기가 4월 하순임에도 불구하고 물골 노부부는 두터운 겨울옷을 입고 있다.
마른 나뭇가지에 물이 차오르고 이제 막 연록의 새싹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봄날, 두 분은 고추농사를 짓기 위해 고랑을 치고 검은 비닐을 깔고 있었다.
농사일은 해 본 분들은 안다.
밭에 검은 비닐을 치는 일은 혼자 할 수도 있지만, 둘이 하는 것과 얼마나 많은 차이가 나는지를.
혼자서는 엄두도 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몇 년 전부터 저 밭엔 잡초가 무성하다.
할아버지가 먼저 이 땅에서의 소풍을 마치신 까닭이다.
할머니도 차마 잘 가꾸던 밭에 농사를 짓지 않아 잡초가 무성 해지는 것이 미안했지만, 혼자서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할머니뿐 아니라, 젊은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물골에서 전화가 왔다.
이제 논농사도 더는 질 수가 없어서 흙을 덮고 대추나무나 심어야겠다는 것이다.
오늘 작업을 해보니 논이었던 곳이라 물이 많이 나와 조금 더 기다렸다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단다.
대추를 심으면 아무래도 손길은 덜 가도 되겠거니 싶다.
대추나무를 심다가 안되어 더덕을 좀 캤으니 가져가란다.
사람보고 싶다는 이야긴 줄 안다.
서울에서 강원도 산골까지 200km가 넘는 길인데 더덕이나 가져가라고 오라 할 일은 아닐 터이다.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고마운 일이다.
우리는 그 고마운 순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소비하고 살아간다.
마치,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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