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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다로 May 21. 2024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조선시대 시

황진이

황진이 봉별소판서세양

月下庭梧盡 霜中野菊黃(월하정오진 상중야국황)
樓高天一尺 人醉酒千觴(누고천일척 인취주천상)
流水和冷琴 梅花入笛香(유수화냉금 매화입적향)
明朝相別後 情與碧波長(병조상별후 정여벽파장)

달빛어린 뜨락 오동잎지고
서리맞은 들국화 노랗게 피었구나

누각은 높아서 하늘에 닿을 듯 하고
천잔 술에 나는 나는 취했네

흐르는 물 거문고 가락처럼 서늘하고
매화는 피리소리에 젖어 향기롭구나

내일 아침 그대 떠나도
보고픈 마음(사무치는 정)
푸른 강물처럼 끝이 없으리


황진이가 지은 이별시입니다. 소세양이라는 남자를 떠나보낼때 지은 시로 알려져있는데 여기에 얽힌 이야기가 재밌습니다. 소세양은 평소 여인의 미색에 홀리는것은 사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단언하고 다니는 위인이었습니다. 여색에 혹하는 사람은 사내가 아니라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다녔답니다. 그러다가 황진이에 대한 소문을듣고 아무리 황진이가 천하절색이라하더라도 자신은 단 30일만 같이 살고 능히 헤어질 수 있다 장담하였다고합니다. 여인에 대한 미련따위는 장부가 품을 마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내였던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렇게해서 황진이와 30일 살림을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소세양 이 양반이 황진이 한번 보고싶어서 되도않은 장담을 한것이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30일을 같이 살았다고 하네요. 그리고 30일이 지난 날 소세양이 황진이를 떠나고자 배를타려는데, 황진이가 그 자리에서 소세양을 보며 읊은 시가 바로 이 '봉별소판서세양'입니다.

소세양이 이 시를 듣고 결심을 꺾으며 '내가 틀렸구나. 나를 사내대장부가 아니라 불러도좋다.'라며 황진이와 더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황진이라는 인물은 신비로운 인물입니다. 정확한 생몰년도도 모르고 이름에 비해 개인사가 알려진 자료가 없습니다. 대부분 야사로 전해지는 이야기이고, 이 야사들도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알 수가 없죠. 전해지는 시도 몇개뿐입니다.

다만 이 소세양에 관한 일화는 사람은 함부로 장담하면 안된다 라는 생각을 하게만드네요. 연모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이 잘 느껴지는 시라 개인적으로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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