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다로 Jul 28. 2024

고전 하나 추천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 백치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다보면 대단함을 느끼는 부분이 몇군데 있는데요. 그중 제일은 일개개인을 조형화한 뒤 정말 살아움직이는듯한 인간의 여러 표상을 그 안에 담아낸다는것입니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이따금씩 내가했던 생각들이 녹아든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제가 그의 철학과 사상에 근접한 지성인이라서가 아니라 단지 그가 내밀한 인간의 여러 면모를 너무나도 잘 묘사했기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저같이 범속한 범부조차 공감이 갈 정도로 그의 인간심리에 대한 관찰은 대단합니다.

개인적으로 도스토예프스키의 글을 읽다보면 마치 한 인간의 뇌속 신경회로가 모두 모여 감당하지못할 고열을 일으키고, 그 뜨거운 열은 척수를타고 내려와 손끝에서 폭발하여 그 용암같은 열기가 펜촉을 녹여내는것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이만큼 표현하려면 과연 도스토예프스키는 살면서 얼마만큼의 불면과 불안을 견뎠을지 궁금할정도로요.
 
니체가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반드시 스스로의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한다'
라고 말한것이 결은 좀 다를수도있지만 아주 약간은 공감이 갑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 조지훈의 '승무'에도 비스무리한 구절이 등장하죠.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제가 추천하고 싶은 소설은 '백치'라는 소설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여느 소설과 같이 연구가 많이된 소설이기도 하고, 독법 강의까지 있을정도로 인간지성의 풍성함을 담고있는 소설이니 제가 감히 몇마디 말을 더 얹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만한 능력이 저한테 있지도 않구요.

 단지 이 글은 추천하기위해 쓰는것이니 저의 개인적인 감상을 간략하게 나열해보고자합니다.

백치라는 소설은 '죄와벌' 뒤에 쓰여진 소설입니다. 죄와벌로 자신의 거대한 존재감을 문단에 아로새긴 러시아의 거인은 백치라는 소설을 통해 만들어내고 싶었던 인간상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바로 '완전한 선량함'

도스토예프스키는 문학소설 중 가장 완벽한 선인으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꼽았는데, 백치라는 소설 속에서 조형하고 싶었던 인물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약간이나마 볼 수 있겠습니다. 많이배운만큼 편견과 오만이 필연적일수밖에 없다는 그의 생각에, 지식인으로는 자신이 말한 인간군상을 표현해내기 어렵다 판단. '백치'라는 소설의 출발점은 그 판단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책은 장편이기도하고 읽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어렵진않습니다. 적어도 칸트의 윤리학같은 책보단 읽기도 쉽고 재미도있습니다.

그럼 너는 뭐때문에 이책을 추천하느냐.

이 소설의 커다란 가지는 결국 삼각관계에 처한 주인공들의 치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치정문제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고 추천하는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사이사이 잔가지처럼 들어간 여러 인물들에게서 어쩌면 지금 우리가 하고있는 고민을 공감할 수 있지않을까하는 저의 생각때문입니다.

상속문제를 두고 다투는 친족, 죽음을 앞둔 사형수,  절대적 선으로 치부되던 종교에 대한 비판, 연민은 사랑으로 어떻게 동치되는가 등.

도스토예프스키의 처절할정도로 끈적한 심리묘사를 읽다보면 이런 고민들이 저 당시에도 생생하게 사회를 관통하고있었다는 사실에 한번 놀라고, 살면서 나도 한번쯤 생각하고 고민했던 부분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수도있습니다.

이 소설속에는 무수한 명문장이 있어 하나를 꼽기도 어렵고 가능하지도 않습니다만, 그냥 제가 건조하게 하나를 건져내봤습니다. 아마 많은분들이 공감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이성에게 완전히 홀려버린인간은, 특히 그것이 중년 이상인 경우에는 마치 눈먼사람처럼되어 절대로 있을 수 없는것에 희망을 걸어볼 뿐만이 아니라 이성(理性)이라는것을 아예 잃어버리고, 솔로몬 못지않은 지혜를 지닌 사람일지라도 철모르는 어린애와같은 짓을 하는법이다.'

어떤가요. 현재 각종커뮤에서 도대체 왜 이성한테 저런 멍청한짓을 하는것인지 조리돌림당하는 글들에 대한 근원적인 답안이 이미 200년전에도 존재했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성에게 눈이 한번 돌아가면 어쩔수가 없는것이죠. '백치'속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아니지만 가장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문장은 저것이 아닐까합니다.

물론 이 소설도 읽다보면 공감가지않는 부분도 있고 좀 아쉬운 부분도 존재합니다. 치정문제속 여성심리묘사에서 내밀함이 좀 부족하다고 느끼는것이죠.
감히 도스토예프스키가 쓴 글을 네가 평가해?
하실수도있겠지만, 이것은 제 개인적인 판단일뿐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톨스토이보다 많은 부분 더 인간내면에 대한 처절한 고찰이 있었다 생각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으로 여성의 심리에 대해서는 톨스토이가 조금 더 원숙하지않나 싶네요.

아무튼 죄와벌을 재밌게? 읽으셨다면, 또한 어라 나도 이런 생각했었는데.. 도스토예프스키가 먼저썼네?

역사에남을 대문호와 통하는게 있었네라는 소소한 재미를 찾고싶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병자호란 이후 최명길과 김상헌의 후일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