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삶

: 추상화와 함께 읽는 힌두교와 불교 세계관

by 이광수

IV. 세상이라는 밭 6. 우빠하사Upahasa 조롱


세상을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가 없어서 세상 안에서 사는 사람도 있지만, 세상 안에서 사는 것이 제대로 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라고 생각해서 사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 안에 사는 사람들은 나름의 질서를 만들면서 공동체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어디를 가나 똑같은 이치지요. 그러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를 누군가 스승이 가르침으로 내려줘 온 백성을 교화하려 하는 게 세계 어디에나 다 똑같이 일어나는 일일 거고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부모를 공경하고, 형제간에 우애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있는 자는 없는 자를 긍휼히 여기고, 베풀고 나누고 뭐 이런 식의 덕목이 대부분이겠지요. 그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게 하나 있다면, 싸우지 말고 화평 하라는 것일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싸우지 않고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가르침도 있을 것인데, 너무나 많아서 모두 열거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힌두 세계관 가운데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는데, 우빠하사upahasa, 조롱. 그것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일단, 관련 이야기 하나를 들어보시죠. 힌두교 최고 경전인 마하바라따Mahabharata에 나오는 신화입니다. 마하바라따는 함께 자란 친형제와 다를 바 없는 사촌지간 가문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 서사시입니다. 어느 날, 빤두 가문의 다섯 형제들은 공동의 아내와 함께 꾸루 가문의 궁정에 초대받습니다. 다섯 형제와 아내가 궁정에 도착했을 때, 꾸루 가문 사람들은 빤두 사람들의 옷차림과 화려한 궁정을 보며 놀라는 태도를 보고 너무 촌스럽다며 깔깔거리며 비웃었습니다. 심지어는 궁전에 환상 이미지를 만들어놓았는데, 그걸 모르고 속아, 넘어지기도 하고, 진짜 연못 물에 빠지고 하는 등 모욕을 당하지요. 그때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깔깔거리며 촌뜨기들이 육갑한다며 온갖 조롱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어 벌어진 주사위 게임에서 장형은 전 재산, 동생들, 심지어 아내까지 판돈으로 걸고 모두 다 잃어버립니다. 그러자 초청하는 쪽이 그 아내를 머리채를 잡아 궁정에 끌고 오고, 이내 그를 조롱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기려 합니다. 신에게 간구한 덕에 신의 개입으로 옷은 벗겨지지 않았고, 그들은 조롱으로 입은 치욕에 대해 복수할 것을, 굳게 각오하지요. 결국, 전쟁이 벌어지고 다섯 형제 쪽이 승리합니다. 신화는 이 전쟁이 발발하고, 다섯 형제가 이기게 된 가장 큰 모멘텀이 된 사건으로 이 조롱을 듭니다. 인륜을 저버린 쪽은 반드시 패한다는 교훈이지요. 그런데 착하고, 좋은 일 쌓고, 부모 잘 모시고, 제사 잘 지내고 어쩌고 하는 게 그 결정적 계기가 된 게 아니고, 사람을 조롱한 게 그 계기가 되었다는 가르침은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특히 조롱으로 인한 치욕의 복수심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보여줍니다. 마치 우리 전통에서는 여인네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릿발이 선다는 말이 갖는 힘이라고나 할까요?


‘우빠하사’라는 어휘는 위를 뜻하는 접두사 ‘우빠’upa가 웃음을 뜻하는 ‘하사’hasa에 붙어 만들어진 말이지요. 우리 식으로 보면, 웃음에 ‘비’가 붙어 ‘비웃음’이 된 예와 비슷하지요. 웃음이라는 게 정도를 넘어서면, 교만이 되고, 그 교만은 상대에게 모욕을 주며, 그렇게 모욕을 주는 것은 사회적 행위로 정당하지 않다는 가르침이지요. 힌두 최고의 법전인 [마누법전]은 더 명쾌하게 조롱의 정의를 내립니다. “누구든 진실을 말해야 하지만, 그 진실은 기분 좋은 것이어야 한다. 기분 나쁜 진실을 말해서는 안 되며, 기분 좋은 거짓을 말해서도 안 된다. 이를 지키는 것은, 영원한 의무이다.”라고 말하지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는 성희롱의 사회적 현상과 아주 대동소이합니다. 비록 진실을 말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상대의 용모를 평가하면 그건 희롱/조롱으로 들릴 수 있고, 용모 평가가 아니라 할지라도 상대가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면, 그것도 희롱/조롱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거지요. 문제는 진실 여부가 아니라, 듣는 사람의 감정이라는 겁니다. 조롱은 힌두 세계관에서 조롱은 도덕적 경계선을 넘는 행위로 간주 되고, 이는 아주 비극적인 업보를 쌓는 게 됩니다. 다음 생으로까지 가져가니, 상대를 조롱하는 걸 하지 말라는 강한 가르침이지요. 이런 가르침은 여러 경전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바가와드 기따Bhagavad Gita에서는, 당신의 적들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언사를 쏟아내며 당신을 조롱할 것이다,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고 가르칠 정도로 해서는 안 될 강한 윤리적 덕목이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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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의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병폐는 정치에서 편 가르기가 너무 심하고, 그 상태에서 상대를 적으로 삼아 조롱하는 일이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도 그 사회적 병폐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였지요. 조롱은 피 튀기는 전쟁으로 귀결되고, 그 전쟁에서 처절한 패배를 맞게 되는 원인이 된다는 걸 정치인과 그 지지자들이 꼭 명심했으면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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