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상화와함께 읽는 힌두교와 불교 세계관
IV. 세상이라는 밭 8. 만달라mandala 만다라
이스라엘이 이란에 공격 개시한 지 보름 정도가 지났습니다. 어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원초적 범죄 행위를 범죄의 뿌리로 두며 이란 쪽을 옹호하고 어떤 이는 이란의 테러 수출 행위를 비난하며 테러 지원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둘 수는 없다고 이스라엘을 옹호하네요. 인도의 입장은 어떨까요? 인도는, 항상 그렇듯, 절묘한 줄타기 외교의 정수를 시전하는 중입니다. 인도는 미국과 아주 가까우면서 이스라엘 쪽으로 최근에 많이 기울고 있고, 전통적으로 러시아와는 사이가 좋은 관계이고 중국과도 멀지 않고 이란과도 파키스탄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가까워지려고 애쓰는 나라지요. 인도는 국가가 건설된 이래로 단 한 번도 다른 나라의 전쟁에 직접 개입은 안 했습니다. 이번 전쟁에도 마찬가지일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아무리 친미라 하더라도 이란이 인도에 얼마나 중요한 파트너인지를 계산하면 더더욱 그렇죠. 최근에 인도가 얼마나 이스라엘과 이란 양쪽에 공을 들였는지, 파키스탄과의 갈등 속에서 미국 (이스라엘)도 중요하지만, 이란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지요. 인도는 끝까지 양다리 걸치면서 중재자 역할을 할 거고, 거기서 자기 나라에 이익이 되는 단물을 최대치로 뽑을 겁니다. 이런 외교가 실리 외교입니다. 인도는 어떻게 해서 항상 양다리 걸치는 실리 외교를 펼칠까요? 고대 때부터, 있어 온 그들의 세계관을 살펴보면 답이 나옵니다.
인도사를 좀 공부하신 분은 잘 아시겠지만, 지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하나의 문화적 통합체를 오랫동안 구성해왔는데, 정치적으로는 하나의 통일 제국을 형성한 예가 아주 적습니다. 고대 때는 아쇼까 재위기의 마우리야 제국 한 경우밖에 없다고 봅니다. 나머지 시기 대부분은 수도 없이 쪼개진 나라들이 서로 경합을 펼쳤다는 거지요. 그러면 어떤 세계관이 생겨날까요? 나라들 사이에서 전쟁은 끝없이 펼쳐졌을 것이고, 강력한 통일 제국이 형성되지 못하기 때문에 엇비슷한 힘을 가진 나라들이 합종연횡하여 갖은 국제 관계를 만들었을 겁니다. 이에 관해 마우리야 제국이 형성되어 가려던 무렵, 까우띨리야Kautilya라는 재상이 쓴 아르타샤스뜨라Arthashastra (實利論)라는 책에 집대성된, 그 전 시기부터 내려온 그들만의 국제 관계론으로 만달라mandala 이론이라는 게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걸 설명하지요.
‘만달라’는 제 나이 또래의 칠팔십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사람들은 아마 듣거나 읽거나 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김성동 원작으로 영화까지 만들어진 ‘만다라’의 그 만다라입니다. 우리에게는 불교를 통해 알려졌는데, 우주의 신성한 질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의례 혹은 개인 수행 때, 정신을 집중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도식이지요. 주로 큰 원이 있고, 그 안에 여러 작은 원들이 연달아 있는데, 그 안에 여러 신을 비롯하여 삶과 죽음의 세계의 삼라만상이 표현되는 이미지지요. 원래 산스끄리뜨어의 뜻은 ‘원(圓)’입니다. 까우띨리야의 만달라 이론은 외교와 국가 간 관계에 대한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함을 설파한 겁니다. 관계란 힘과 야망을 중심으로 하여 지리적 차원의 영향을 많이 받아 형성되니, 언제든지 변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국제 관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적의 적은 친구다, 라는 논리로 널리 회자되는 이론이지요. 이러한 철저한 실리 중심의, 명분이나 이념은 언제든지 실리 다음이고, 실리를 위한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활용하는 것이며, 언제든지 폐기 처분할 수 있고, 실리를 위해서라면 기존의 관계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이론은 힌두교 최고의 경전, 마하바라따와 라마야나에도 여러 예로 나오는 걸 봐서 실제로 그들은 이 실리 추구형 국제 관계론을 실질적으로 유지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달라 이론에서 동심원군 중앙은 정복 야망을 지닌 세력이 위치합니다. 그 야망이 표출되려는 순간, 주변의 작은 세력들은 초긴장 상태로 돌입하겠지요. 그들은 정복 야망 세력과 동맹이냐 적대냐를 결정지어야 합니다. 정복 야망 세력의 입장으로 보면, 그 침략자는 적국에 의해 둘러싸여 있을 텐데, 인접해 있는 나라가 자연스럽게 가장 분명한 적국이 되는 것이겠지요. 그러면 그 인접 적국은, 침공을 당할 수밖에 없기에, 침략 세력의 또 다른 쪽에서 곤경에 빠진 적국과 동맹을 맺어야겠지요. 그러면, 침략국은 역으로 그들 세력 인접국과 또 동맹을 맺고, 하는 식으로 마치 동심원과 같이 국제 관계가 펼쳐질 겁니다. 이것이 만달리 이론인데, 그 관계를 비단 지리적 위치로만 설정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요인이 총체적으로 평가되고, 서로에게 어떤 실리가 주어지느냐에 따라 관계가 설정되겠지요. 그 요인은 국가 간의 거시적 실리도 있을 테지만, 개인 간의 결혼이나 자존심, 증오심 등도 고려되었다는 겁니다. 특기할 만한 것으로, 여러 나라들의 동심원 안에는 어느 한쪽을 지원할 수도 있고 양쪽 모두에 저항할 수도 있는 중간자 운신의 폭이 상당히 크지만, 때에 따라서는 맨 먼저 침략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매우 현실적이지요.
관계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것, 국제 관계에서만 그렇겠습니까? 사적 관계에서는 안 그렇겠습니까? 그렇다고 그렇게 사는 게 바람직하겠습니까? 아니라면 어떻게 살아야겠습니까?